[노동법률단체][성명]
노동기본권 부정이 국헌 문란, 내란 시도의 출발점이다
지난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은 위헌・위법인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그로부터 30분 후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과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모든 언론・출판의 통제, 파업・태업・집회행위의 금지 등을 포고했다. 곧바로 온 국민이 특수부대가 국회에 난입하여 활동을 봉쇄하려는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삼권분립을 통해 대통령・정부를 견제하고 주권자를 대표하는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려 한 것은 명명백백한 위헌 행위이다. ‘계엄 포고령’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결사, 시위,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한 것도 그 자체로 위헌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지하려 한 것도 명백한 위헌 행위이다.
이번 계엄 사태 이전에도 윤석열 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을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대표적 노동조합총연합단체인 민주노총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통령과 장관들이 직접 “조폭”,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들을 퍼부어 왔다. 오죽하면 이 정권 들어 빈사 상태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지난 2월 국가기관 등으로서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에 이르렀을까.
이 정권의 노동기본권 유린은 언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정부가 약속한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요구하며 벌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여,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제노동으로 몰아넣었다. 건설노조가 고용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행동을 한 것이 ‘공갈・협박죄’에 해당한다며 조합원 2천여 명을 수사하고 전국의 수십 개 노조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41명을 구속시켰다. 이번에 윤석열이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병력을 투입하여 헌법기관의 활동을 봉쇄하려 했던 내란 행위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조들은 이보다 앞선 수십 년 동안 당해 왔다. 오죽하면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이사회가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을 비판하고 사법적 괴롭힘을 중단할 것을 연이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질적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손배 폭탄’을 맞는 일을 제한하기 위해 국회가 두 번이나 의결한 노조법 개정안을 모두 거부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여 당장 정부에 예산이나 법령상 부담을 추가시키는 것도 아닌데 아무런 실제적 근거도 없이 막연히 산업현장에 불안을 가져올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누가 진짜 국가와 경제・사회에 위험을 몰고 왔는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추미애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군방첩사령부가 미리 작성해 둔 ‘계엄 문건’에 따르면, 이번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은 1980년 5월 17일 광주학살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계엄포고령 10호를 참고하여 준비되었다고 한다. 1979년 8월, 박정희 군사정권의 서슬퍼른 독재 하에서도 파업과 농성을 이어갔던 YH노동조합을 때려 잡는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이 사망하고, 10월 부마 항쟁이 발발하고, 결국 이후 권력 내부투쟁으로 박정희가 암살당한 후 전두환・노태우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고 광주학살을 명령한 일련의 역사적 시간들이 우리 국민에게는 아직 생생한 상흔으로 남아 있다.
우리 노동법률가들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기본권의 유린은 머지 않아 독재의 부활과 민중 학살로 이어지는 전조임을 배웠기에,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의 이러한 기본권 박탈 행위 또한 심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뿐만 아니라 그동안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내란을 자행해 온 정부, 국회, 정당 인사들 역시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2024. 12. 9.
제76회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앞두고
노동법률단체(이하 연명)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