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보도자료] 자빱TV 유튜브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최저임금 지급 판결의 의의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및 근로자성 증명책임 전환의 필요성

2024-11-13 1,367

[보도자료]

자빱TV 유튜브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최저임금 지급 판결의 의의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및 근로자성 증명책임 전환의 필요성

 

일시: 2024. 11. 13.() 13:00

장소: 민변 지하1층 대회의실(서울 서초구 서초대로4674)

주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담당: 민변 노동위원회 070-5176-8169 (담당간사 직통)

 

1. 민주언론을 위해 애쓰시는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지난 2024. 11. 7.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판사 정회일, 주심 판사 박승균)은 유튜브 ‘자빱TV’ 채널의 스태프들이 이 채널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최저임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영상 제작 등 업무를 담당한 스태프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7. 선고 2022가합539881 판결). 이 판결은 원고들이 컨텐츠 선정부터 제작, 방송 및 방송 이후의 서비스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여 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본 기자회견을 통하여 민변 노동위원회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유튜브 채널 스태프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판결의 의의를 정리하고, 향후 유사한 직역 및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취약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을 촉구합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자빱TV 유튜브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최저임금 지급 판결의 의의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및 근로자성 증명책임 전환의 필요성

 

• 사회

– 이종훈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법무법인 시민)

 

• 발언1 : 자빱TV 스태프 열악한 노동환경 및 소송 제기 경위

– 원고 중 1명

 

• 발언2 : 자빱TV 스태프 근로자성 인정 근거

– 김예지 변호사 (대리인단 변호사, 법무법인 지향)

 

• 발언3 : ‘도급근로자’ 법리와 유튜브 스태프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산정

– 범유경 변호사 (대리인단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 발언4 :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과 근로자성 입증책임 전환의 필요성

– 이종훈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법무법인 시민)

 

• 질의/응답

 

 

202411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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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빱TV 유튜브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최저임금 지급 판결의 의의

 

 

1. 사안의 개요

 

▲ 원고들은 유튜브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 등을 컨텐츠로 하는 인터넷 방송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입니다. 원고들은 스토리 및 캐릭터 등 컨텐츠 전반의 기획, 게임 내 지형지물, 건물 등의 건축과 게임 내 시스템 구축과 관리, 게임 내 아이템 등 3D 모델링, 컨텐츠에 삽입되는 기타 이미지, 로고 등을 제작하는 이미지 작업, 컨텐츠 삽입곡, 배경음악 등을 만드는 음향 작업, 예고편이나 엔딩 영상 기획 및 제작 등을 하는 영상 작업, 게임 진행을 유도하는 등의 생방송 참여나 각 캐릭터의 역할을 지정받아 생방송 연기에 참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방송 출연 및 연기, 방송 이후 생방송, 편집 등의 후속 작업을 위한 모니터링 등의 제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 피고는 원고들에게 2020년, 2021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만을 임금으로 지급했으므로, 원고들은 각 지급받은 임금에서, 주위적으로 자신의 근로시간에 대한 2020년 최저임금 및 2021년 최저임금을 곱한 임금 차액을, 예비적으로 원고들을 도급 근로자로 볼 경우 최소한 2020년 최저임금 및 2021년 최저임금을 원고들의 최저임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2. 소송경과 및 쟁점: 1(원고들 전부 승소)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근로계약 체결 여부 등 형식이 아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3. 법원의 판단

 

. 업무수행에 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

 

▲ 법원은 방송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꼼꼼히 살펴 피고의 지휘·감독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진행한 컨텐츠는 피고가 추리극 게임을 진행하면서 추리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피고는 추리극 진행을 위해 필요한 스토리, 인물과 배경, 장소, 상황, 캐릭터 이동 경로 등에 대해 원고들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필요한 경우 이를 보완하거나 수정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진행상황을 확인했고, 원고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제작 방향을 결정하고 업무 지시를 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 또한, 피고는 추리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스토리상 반전이나 결말 등은 알리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본 판결은 이처럼 피고가 컨텐츠의 큰 틀을 정했다면, 그 틀에 따라 일부 원고들이 결정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또한 피고가 정한 틀에서 피고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는 방송 리허설 때도 ‘게임 속 의자를 바꾸는게 나을 것 같다’는 등 구체적인 수정 요구를 했고 원고들은 이를 반영하여 컨텐츠를 수정했으며, 유튜브 방송 시 원고들이 실시간으로 대기를 하면서 방송사고에 대비하였고 당연히 방송 중 돌발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컨텐츠 제작 및 방송 참여 이후에도 컨텐츠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만든 비하인드 영상제작에 참여했고 기초 자료를 피고가 고용한 정규직 편집자들에게 제공했으며, 피고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 작성하거나 시청자가 방송에 참여하는 경우 그 시청자의 면접, 관리 업무 등에도 동원되었습니다. 법원은 이처럼 원고들이 피고 사업의 전반적 영역에서 피고를 도왔다면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 여부

 

▲ 피고는 원고들에게 여러 가지 준수 사항을 공지했는데, 그 내용 중에는 팀간의 친목자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다른 팀과 업무상 소통이 필요한 경우에도 피고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점에 비추어 위 공지사항이 실질적 구속력을 지녔다고 판단했습니다.

 

. 3자의 업무 대체 가능성, 보수의 성격, 전속성

 

▲ 법원은 원고들이 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한 사실이 없고, 원고들은 방송에 직접 참여하거나 방송 진행 중 담당한 부분에 관해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기를 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점, 피고가 팀원 모집 시 직접 해당 업무를 해야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점에 비추어 원고들이 업무를 대행케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또한 원고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지 않았고, 피고는 각 원고들에게 컨텐츠 제작에 각 기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여 보수를 책정했으므로 원고들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지닌 보수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는 팀원 모집에 관하여 ‘방송을 오래 보고 일해야 되가지구 빡세기 때문에’, ‘프리랜서 이런 분들 보다는’, ‘어차피 와서 일 해보면은 절대 못 속여요 그거. 정규적으로 수업 듣는 시간이 연락이 안 되거나. 무조건 티가 나요’라고 말하여 업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전속적 업무 수행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법원은 위 같은 점에 더해, 일부 원고들이 겸직을 했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주로 퇴근 이후 저녁부터 이른 새벽까지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전속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근로계약서 미작성

 

법원은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는 취지의 말을 했으므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실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원고들의 근로시간

 

▲ 법원은 원고들이 주로 온라인에서 원격으로 모여서 업무 회의를 하고, 피고로부터 지시를 받고 업무 내용을 보고한 점에 비추어 채팅방에 접속한 시간 동안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고 채팅방에 접속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근로시간은 적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또한, 법원은 업무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각 컨텐츠의 재생 시간, 컨텐츠의 모든 요소를 원고들이 직접 만든 점, 방송 시간에 대기한 점, 방송 후 영상 제작 기초작업까지 수행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업무 시간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도급 근로자의 미지급 임금액

 

▲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도급 근로자’로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도급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47조,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에서 전제하고 있는 유형의 근로자로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일의 완성 여부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 원칙’인 근로자입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도급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적정한 월 최저임금액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4다48836 판결).

 

▲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원고들의 업무가 UI/UX 기획/개발자의 업무나 디자이너의 업무와 유사했던 점, 원고들의 근무 중 상당 부분이 야간근로인 점, 원고들이 피고 팬 카페 회원으로서 자발적으로 업무에 지원했던 점 등을 고려하여 2020년, 2021년 각 최저임금과 동일한 액수로 원고들의 최저임금을 정하였습니다.

 

▲ 결국 이번 판결은 시간이나 장소에 엄격하게 구애받지 않고 도급제로 일하기가 쉬운 창작노동자에 대해 도급 근로자형태로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도급 근로자’에 대해서도 도급 근로자에 준하는 최저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원고들이 피고의 으로서 자발적으로 노동을 제공하긴 하였으나, 최저선인 최저임금보다 아래의 임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을 특기할 만합니다.

 

 

4.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계약 문구나 당사자의 표현된 의사보다 실제 양 당사자 사이에 존재하였던 사실관계에 주목하여 사용종속관계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하는 사실 우선의 원칙에 충실한 판결로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제공된 근로의 실질에 비추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는지 여부, 기본급이 정하여졌는지 여부, 겸직 여부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방송 컨텐츠의 실질을 면밀히 검토하여 피고가 방송의 필요에 의해 일부 원고들에게 일임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 또한 피고가 정한 방송 틀의 일부임을 전제로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타다 드라이버가 주식회사 쏘카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에서와 마찬가지로 업무의 최종적인 결정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면, 일부 자율적으로 업무가 이루어졌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없음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또한 이 판결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유튜브 방송 컨텐츠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각 제작 단계별로 피고 방송의 필요에 따라 어떤 식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졌는지를 상세히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원고들이 한 업무는 단순히 원고들이 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에 피고 요청에 의해 한 것일 뿐이라는 피고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의 지휘·감독을 인정했습니다. 피고는 자신의 팬인 원고들을 사전에 급여나 업무 시간 등 대부분의 근로조건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컨텐츠 제작 등에 참여시키고 장기간 업무를 수행하게 했음에도 그 노력에 준하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의 노력은 인정받지 못했고 대외적으로 모든 컨텐츠가 피고의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그로 인한 수입, 명성과 기회는 모두 피고에 귀속되었으므로, 원고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업무를 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주로 온라인 회의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의 근무 형태, 야간·새벽에 이루어지는 근무 시간, 이 사건 방송 제작에 소요될 것으로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시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소한의 근로 시간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향후 근로시간 책정이 어려운 유튜브 방송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산정하는데 있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실적을 기준으로 보수가 책정되는 도급 근로자라 하더라도 동종 업계의 시간평균임금, 노임단가, 원고들의 근무시간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급 근로자에 준하는 적정 최저임금을 인정였다는 점에서도 이 판결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모임은 지금에라도 원고들의 노동에 대한 적정한 대가가 지불되기를 기대하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판결에 따른 임금 지급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과 근로자성 증명책임 전환의 필요성

 

1. 현행 제도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증명책임의 부여

 

재판에서 ‘증명책임’이란, 상호 간에 다툼이 있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객관적인 증거들을 통해 사실을 조사하여 보아도 어느 한 쪽의 사실 주장이 확실한 것으로 온전히 확정시킬 수 없을 때, 판단의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를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규칙입니다. 증거들을 조사해본 결과 사실관계가 회색인 것으로 보일 때, 흰색을 주장하는 쪽과 검은색을 주장하는 쪽 중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를 ‘증명책임’의 분배를 통해서 미리 결정해 놓는 것입니다. 사회적 사실관계가 온전히 흰색이거나 온전히 검은색인 것은 흔하지 않고, 많은 경우에 어느 정도 회색빛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로자성 소송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소송들에서 증명책임의 분배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되는 소송에서, 현재의 관례는 자신이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측(주로 원고)에게 증명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즉, 자신이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근로관계에 관한 수많은 자료들을 모아 해당 법률관계가 근로관계라는 점에 관한 근거 사실들, 즉 사실관계가 온전히 흰색이라는 점을 완전하게 증명한 경우에만, 구제를 받을 수 있게끔 소송이 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2. 근로자성 증명책임을 근로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의 부당성

 

근로관계에 관한 근거 사실들, 즉 (본 자빱TV 유튜브 스태프 근로자성 사건에서도 판단 기준이 된) 업무 수행에 관한 지휘・감독, 인사규정 등의 적용, 제3자의 업무 대체 가능성 및 전속성 등에 관한 사실관계들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들은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가 보관관리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과 관련된 자료임에도 종합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장시간근로나 부당해고 등 사용자가 근로자성을 부정함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조건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열악한 근로조건 하에서 노동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하여 재판에 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최근 들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노무조직의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실질적으로는 사용・종속 관계에 해당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법률관계의 외관을 달리 형성하여 마치 위탁도급프리랜서 등 자율적인 관계에 해당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거나 급여를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하는 경우들이 매우 빈번합니다. 근로자성 인정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이러한 요소들은 상대화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원칙을 정립해두고 있기는 하지만,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해당 판결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근거로 채택된 요소들을 숨기고 법률관계의 와관을 형성하려는 유인이 사용자들에게는 생길 수밖에 없는바, 취약 노동자들은 항상 새로운 국면에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하는 난제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 제32조 제3항에 따르면,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헌법의 위임을 받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조건의 최소한을 정한 기본법입니다. 그런데 헌법 제10조 후문은 국가에게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바, 헌법 제32조가 보장하고 있는 ‘근로의 권리’ 역시 국가에게 보장 의무가 부여되는 기본권입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서 종속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근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것입니다. 위와 같이 근로관계에 관한 자료 편재의 불균형 상황,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 법률관계의 지속적 형성 등이 횡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성에 관한 증명책임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는 취약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기본권(근로의 권리)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3. 증명책임 전환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

 

이러한 문제점들을 반영하여, 우리 국회에서도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규정을 개정하여 근로자성에 관한 증명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려는 법률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된 바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은 산업화 시대의 전형적 공장노동을 기준으로 형성된 개념인데,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최근에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동관계를 도급・위탁・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의 보호범위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취약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을 보다 용이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 사실들을 증명한 경우에만 노동법의 적용을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운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형성된 이른바 ‘ABC테스트’를 반영한 ‘AB5’ 법안(Assembly Bill No. 5, Chapter 296)과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입니다.

 

* 21대 국회 근로기준법 개정안(2021. 9. 6. 강은미 의원 대표발의, 2112457)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경우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되, 다만 사용자가 다음 각 목의 사항을 모두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노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관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경우

. 노무제공자가 사용자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12.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고, 다만 사용자가 다음 각 목의 사항을 모두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노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관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경우

. 노무제공자가 사용자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 22대 국회 근로기준법 개정안(2024. 11. 6. 이용우 의원 대표발의, 2205283)

 

근로기준법이 이와 같이 개정된다면, 사용자와의 사이에서 명백히 종속적 지위에서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면서도 ‘근로자성’에 관한 증명책임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근로조건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자들의 범위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용자가 가.~다.항의 사실관계들을 완전하게 증명해낼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 놓지 못하는 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고, 만약 사용자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들을 완전하게 구비해 놓은 상황이라면 해당 노무제공자는 실질적으로도 독립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든, 근로기준법의 보호가 필요함에도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취약 노동자의 사례는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민변 노동위원회가 이 사건의 변론기금을 지원하고 많은 변호사들이 대리인단으로 참여한 이유는, 유튜브 시장에서 ‘유튜버’들로부터 종속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노동하는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확인함으로써, 유튜브 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잠탈하는 관행을 깨고 노동법 적용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권익이 보장받는 선례를 남기고자 함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취약 노동자들에게 이 판결이 영향을 미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여러 채널에서 ‘유튜버’의 지휘·감독 하에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도급·위탁·프리랜서 등 위장된 법률관계 속에 근로관계가 은폐 당하고 이로 인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대로 된 근로조건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보다 확대되고, 이를 위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 규정의 개정을 통해 근로자성의 입증책임이 전환될 수 있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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