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정위원회][논평] 빈곤층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부의 의료급여 개악안을 규탄한다.
[논평]
빈곤층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부의 의료급여 개악안을 규탄한다.
1. 지난 7월 25일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외래를 이용할 시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을 현행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현재 의료급여 환자가 외래를 볼 경우 본인부담금은 정액으로 의원 1,000원, 병원·종합 1,500원, 상급종합 2,000원이나,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진료비에 대한 정률로 의원 4%, 병원·종합 6%, 상급종합 8%가 된다(1종 수급자 기준).
2. 정부는 개편의 이유로 17년간 변함없는 본인 부담, 과다 의료이용 발생, 보장성 확대 필요를 들었고,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본인부담금이 장기간 동결됨에 따라 수급자의 비용의식이 약화되고 불필요한 이용을 자제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낮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수급자가 의료이용을 불필요할 정도로 과다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3. 우리는 개편안을 통해 정부가 그간 수급자의 현실을 얼마나 도외시해왔는지를, 그리고 이제는 수급자들에 대한 편견으로 도덕적 낙인찍기까지 자행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한다. 정부는 수급자들의 의료이용 과다에 대한 근거로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의 1인당 진료비와 외래 일수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해 수급자들은 고령자 비율, 만성·중증질환 비율 및 장애 비율이 높다. 무엇보다 낮은 소득수준으로 건강에 취약하다는 집단적 특성이 있다. 당연히 의료급여 수급자 집단의 특성상 병원 이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 증가 추이는 건강보험 2.07배, 의료급여 1.99배로 차이가 없고 오히려 수급자들의 증가세가 낮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수급자들을 막연히 도덕적 해이에 빠진 사람들로 전제한 채 개편안을 발표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4.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자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토론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수년 간 정책 당사자인 수급자의 참여가 전면 배제된 밀실 회의로 비판받아왔다. 이점만 보더라도 정부는 수급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더욱 문제는 이번 개편안이 2023년 8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발표한 3개년도 계획(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전혀 담기지도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라는 점이다.
5.정부 의료급여 개편안은 빈곤층에게도 차별 없이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현대 민주국가의 공공부조 원리를 근간부터 무너뜨리는 개악이다. 지금도 비급여 의료비는 본인 부담이기에 다수의 중증질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률제가 시행되면 수급자로서는 병원비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병원 이용을 주저하거나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고난도의 치료에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예정되어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게 될 것인바, 수급자의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정부는 불평등을 확장하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을 즉시 폐기하라.
2024. 10.2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