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성명] 국회는 법조일원화제도를 무력화하는 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024-09-25 123


  1. 국회에서 또 다시 법조일원화제도를 무력화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가 어제(2024. 9. 24.) 법관 임용에 필요한 법조 경력 최소 기준을 현행대로 5년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사실상 여야합의로 가결하였다.
    21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대신 법조 경력 최소 기준을 7년, 10년으로 단계적 상향하는 시기를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22대 국회는 법조 경력 최소 기준을 7년으로 상향해야 하는 2025년이 되기 전에 21대 부결안과 동일한 개정안을 또다시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일원화 제도는  참여정부 출범 후 전반적인 사법개혁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여 치열한 토론 끝에 2011년에 도입한 제도이다. 처음부터 단계적인 법조 경력 최소 기준 상향을 염두에 두고 도입된 이 제도는 1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채 입법공청회 한번 없이 순식간에 폐기될 상황에 처하였다.

 

  1. 법관 임용에 있어 최소법조경력 10년을 요구하도록 하는 법조일원화는 최소 10년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법조경력자들을 판사로 선발함으로써 관료적・폐쇄적 법관 인사구조를 탈피하고, 국민의 사법신뢰를 제고하고자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이다. 법조일원화는 필기시험에 능하고, 판결문을 빨리 작성하고, 교육에 순응적인 젊고 경험없는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성숙한 시각을 가진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여  사람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나아가  법원의 서열화와 순혈주의, 특권의식등을 극복하여 공정하고 현명한 재판을 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즉 수동적, 정형적, 관료적 법관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법관을 임용함으로써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데 그 본질적 이유가 있다. 

 

  1.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법조경력을 5년으로 고착화하려는 국회의 법원조직법 개정 시도는, 위 법조일원화의 맥락과 도입 취지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2011년 법조일원화 제도를 만든 후에 사법부와 국회가 그 실제 시행에 대비하여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법조일원화의 완전한 시행을 위하여 다양한 경험과 장기간의 경력을 가진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보완하고 재판 구조를 바꾸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최소한의 법조경력을 채운 법조인 위주로 선발하여 합의부원을 충원하는데 급급하였던 것은 아닌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경력자를 임용하기 위하여 선발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신규임용 판사의 30% 이상이 10대 로펌 출  신, 10명 중 1명은 김앤장 출신인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보완책을 마련하였는가?

 

  1.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요구하면 인력충원이 어렵고 재판 지연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최소경력기간 단축의 이유라고 한다. 요구되는 최소법조경력을 5년으로 낮추어 ‘젋은 판사’를 임용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재판지연과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지연과 인력부족의 문제는 법관증원 등 법관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과 재판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빨리 판결문을 쓰는’ ‘젋은 판사’를 수급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법관 임용 지원을 저어하게 만드는 필기 중심 임용 평가의 개선, 법관의 처우 개선, 법관 정원 확대 등 현재의 재판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1. 21대 국회에서 같은 개정안이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 없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공론화 절차 없이 3개월만에 본회의장에 올라온 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고 차분하게 공론화 절차를 거쳐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결국 개정안은 부결되었다. 그런데 22대 국회는 기존 부결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었음에도,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도 없이 순식간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법조일원화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곧바로 통과된다면 사법부 구성에 관한 입법부의 모든 판단과 결정은 앞으로 어떤 신뢰도 얻기 어려울 것이고 법원은 이전과 다름없이 최소한의 경력만을 채운 판사를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다. 국회가 진정 ‘재판의 지연’과 ‘인력부족’을 염려한다면 법조일원화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법관 증원을 위한 입법과 법관의 처우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국회가 법조일원화를 포기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법원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나아간 한 걸음을 회귀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4. 9.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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