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성명]
서울교통공사의 대량 해고를 우리는 차마 납득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10월 서울시가 유급 노동조합 활동의 과도한 보장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하자, 2023년 12월 감사를 통하여 타임오프 초과 조합활동을 모두 무단결근으로 규정하여 노동조합 간부 36명을 해고하는 징계를 하였다. 이는 타임오프 제도가 가져온 비극이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의 실망스러운 자기부정이다.
2010. 7. 1.부터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고,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임금의 손실 없이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주는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는 자유권으로서의 단결권에 대한 심각한 개입이다. 사용자가 유급 조합활동을 보장함에 있어 그 한도를 정한 입법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근무시간 중 유급 조합활동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사 간 합의에 따르도록 맡겨두는 것이 타당하다.
2010년 이후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은 질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활동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기초적인 근로조건에만 천착하여서는 노동조합의 역할을 다 하였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되었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역할, 일터에서의 양성평등 구현과 실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 일·가정 양립지원제도의 관철과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감시, 일터에서의 괴롭힘 문제에 대한 개입, 조합 내에서 민주적 소통의 구현, 복수노조 질서에서의 대응, 직원들의 세대 간 간극 완화, 일터에서의 안전 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민과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타임오프 제도는 노동조합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잘라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국가가 노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예정한 적이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17,000명 가량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노동조합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해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2010년 이후에도 타임오프와 별개로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폭넓게 허용해 왔다. 그 효과는 각종 노사공동위원회의 참여, 인사관리 제도의 개선, 임금제도의 개선, 직원들의 고충 처리, 정부 관련 정책의 생산 등 수없이 많았고, 이를 노사가 공동으로 누렸다. 서울교통공사의 조합활동 보장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였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가 공사의 조합활동 보장을 지적하고 고발하자,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을 보장해 준 사실을 모른다고 하였다. 10년이 넘도록 평온하게 유지되었던 공사의 노사관계를 모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허락했던 노동조합 간부들의 활동을 두고 무단결근이라고 하였다. 36명의 조합 간부는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영문도 모른 채 속절없이 해고되었다.
우리는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에 노력하고 직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조합 간부들의 활동이 공사의 배신에 따라 무단결근으로 치부되는 것을 차마 납득하기 어렵다. 공사가 스스로 일궈 온 노사관계 파트너를 한순간의 자기부정을 통해 일터에서 배제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옳다고 시인할 수 없다.
노사 간 합의에 따라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1948년부터 노동삼권을 보장한 우리 헌법적 질서에 충실한 것이다. 해고된 36명의 조합 간부들은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조합과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했던 스스로의 노력에 떳떳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노동위원회는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에 복무했던 조합 간부들의 활동이 무단결근으로 치부될 수 없음을 확인해 주기 바란다.
2024. 8. 5.(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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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