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헌법상 모든 시민의 “법 앞의 평등”을 재확인한,
대법원의 동성 배우자 국민건강보험 상 피부양자 지위 인정을 환영한다
지난 6월 태국 의회가 동성혼을 법제화 하고, 지난 3월 일본 삿포로 고등재판소가 항소심 최초로 동성혼 불인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입법과 사법을 통한 LGBT 권익 향상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오늘, 대법원이 국민건강보험상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LGBT 인권 신장의 흐름에 대한민국 역시 당당히 동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취소 처분에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를 모두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실체적 하자에 있어 ‘동성 동반자’를 직장 가입자와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자 차별의 정도도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이성 사실혼 부부와 동성 부부, 두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함을 확인한 역사적인 판결이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가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이성 사실혼 관계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동성 부부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결국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 평등원칙에 비추어 건강보험공단이 오직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적으로 대우한 것이라는 점을 대법원은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로 본다. 나아가 헌법이 모든 시민의 “법 앞의 평등”을 선언하는 이상,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시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공법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용납될 수 없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지금 이 순간 한국을 살아가는 수많은 동성 부부들과 성소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판결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동성 관계에 있는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자, 또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특별히 고려하여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법제도 개선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판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성 부부는 법과 제도의 부재로 인해 서로 어떠한 권리와 의무도 가지지 못하였다. 이제 대법원은 동성커플 역시 혼인의 의사 합치와 정서적 경제적 생활공동체로서의 실체가 있다면 성적지향만 다를 뿐 이성 부부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을 명확히 밝혔고, 그리고 성적지향을 이유로 두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혼의 기준으로 보면 이성 부부와 동성 부부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동성 관계를 배제하고 있는 다른 제도들 역시 그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인 원고 부부는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이 오랜 시간과 노고가 소요되는 소송을 통하여 삶에 필수적인 권리를 하나씩 획득해가야 하는 이 상황은 절대 정의롭지도, 정당하지도 못하다. 오늘 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려,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동성 커플들 앞에 놓인 법, 제도적 차별들을 철폐하기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39개국, 아시아에서 대만, 네팔, 태국 등이 동성혼을 법제화하였다. 선진국이라고 자평하는 한국 또한 모든 법과 제도 영역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없애, 동성부부들 또한 여느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법, 제도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하는 평등의 정신을 환기시킨 이번 대법원 판결을 다시 한 번 환영한다.
2024. 7. 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 복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