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보도자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대한민국 제6차 국가보고서 심의 종료…7년 지났지만 이행상황에 “진전 없어 유감”
– 위원회 ‘과거사, 시설수용 피해자 구제의 권리’에 대해 첫 질의
– 일부 정부 입장에 대하여 ‘협약에 절대적으로 반해’ 지적
– 시설 생존자들, “정부, 시설 수용 사과하고 탈시설 정책 추진해야”
1.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이하 ‘위원회’)는 7월 10일부터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2017년 이후 7년만에 대한민국의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하 ‘고문방지협약’) 이행상황에 대해 심의했다. 정부에서는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단장으로 법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소속 26명이 정부대표단으로 심의에 참석했다.
2. 국내 26개 인권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제6차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이하 ‘대응모임’)은 지난 6월 10일 심의를 위한 공동 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또한, 대응모임을 대표해 현지 심의 대응을 수행한 한국NGO대표단은 제네바에서 생존피해자 증언대회(7/8), 유엔 본부 정문 앞 기자회견(7/9), 생존피해자-고문방지위원 심층면담(7/9), 고문방지위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NGO 브리핑(7/9)을 진행하여 시설수용 피해자들의 증언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한국의 고문방지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적극 전달하였다.
3.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대한민국 담당 국가보고관인 아나 라쿠(Ana Racu) 위원과 피터 베델 케싱(Peter Vedel Kessing) 위원은 한국의 시설 강제수용 생존피해자들을 대표하여 제네바를 방문한 손석주 부산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와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를 위한 별도의 심층 면담시간을 갖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한국의 시설 수용 문제를 확인했다. 면담에서 손 대표는 “내 삶이 끝나기전, 나와 동료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고, 마땅히 받아야될 사과와 보상을 받고 싶다”고 발언했다. 박 공동대표는 “시설에서의 삶은 매일 마다 무너지는 자신을 견디는 일이며, 이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폭력”이라며 시설 수용이 그 자체로 고문방지협약 위반임을 강조했다(첨부 2 참조).
4. 심의는 하루 3시간씩 양일간 총 6시간에 걸쳐 정부대표단장의 모두발언, 위원회와 정부대표단 간의 질의응답, 그리고 정부대표단의 마무리발언 순으로 진행되었다.
5. 고문방지위원회 위원들은 정부의 고문방지협약 이행이 미흡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7년 전 대한민국 제 3, 4, 5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참여하였던 라쿠 위원은 협약상 고문의 정의의 국내 적용과 관련하여 “7년이 지났지만, 이 부분에서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지적했고, 고문범죄에 대해 현행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 뿐만 아니라 고문방지협약에도 절대적으로 반한다(absolutely contrary)”고 비판했다.
6. 케싱 위원은 정부에 과거와 현재의 시설수용 피해자들의 구제를 받을 권리(right to redress)의 보장에 대하여 질의했다. 케싱 위원의 질의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은 과거사 문제와 시설수용의 문제를 국제인권조약기구가 처음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진실규명, 공식적 사과, 책임자 처벌, 적절한 배상 등이 과거사 및 시설수용 피해자의 권리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7. 위원회 위원들은 한국정부에게 고문방지협약이 적용되는 다양한 영역에 관한 질의를 했다. 구금시설 과밀수용 및 열악한 의료환경, 사형제 폐지, 변호인 조력권, 시설내 고문 및 학대, 국가보안법 폐지,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일본군 성노예제, 경찰의 가혹행위, 젠더 폭력, 군대 내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권한 및 독립성, 난민 인권, 외국인보호소, 외국인 강제퇴거, 북한이탈주민 구금, 형사책임연령 하향, 정신질환자거주시설 구금, 인신매매, 징벌적 대체복무제도, 아동체벌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지적과 자료요청이 있었다(첨부 1 참고).
8. 정부는 고문방지협약 위반 지적에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과밀수용 즉각 개선은 어렵다’,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를 폐지하기 어렵다’, ‘북한이탈주민 임시보호는 구금이 아니다’, ‘시설 감독은 국가인권위원회 방문조사로 충분하다’, ‘시설수용 가해자 처벌은 일반적 절차로 충분하다’, ‘한국 난민인정률 낮은 이유는 경제적 이유로 난민신청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 ‘군형법 92조의6은 합헌결정이 있어 폐지할 수 없다’ 등 스스로 협약 위반을 자인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변명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용자에 대한 고문 및 가혹행위를 인정한적이 없다’라는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 대표단은 마지막 정부 답변시간으로 배정된 30분의 시간 대부분을 이미 2021년에 제출된 보고서를 다시 읽으며 흘려보내,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9. 양일 심의 전과정에 참여한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는 “위원들을 직접 만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 최종견해에도 우리의 목소리가 꼭 반영되길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누구든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10. 손석주 부산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정부의 답변을 들으니, 시설강제수용 생존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배보상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려를 전하면서도 “그럼에도 우리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이고 좋은 질문을 해주신 유엔 고문방지위원님들을 보니, 우리의 요구가 국제 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정당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어 힘이 난다”고 전했다.
11. 위원회는 오는 7월 26일(금)오후 1시(제네바 현지 시각), 양일간의 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우려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를 담은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응모임은 최종견해가 발표되면 이를 면밀히 검토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1년 내에 시정해야 할 후속 조치 권고(follow-up procedure)를 포함한 주요 권고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첨부 1. 고문방지협약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주요 발언 내용.
첨부 2. 고문방지위원회 한국 심의 담당 위원-시설수용 피해생존자 면담 증언문.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4.9통일평화재단,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공익법센터어필, 공익법단체두루,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군인권센터,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난민인권네트워크, 두레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단법인 노란들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인권운동공간활,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포럼(총 26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