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인권위][성명]「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 조례」 폐지를 강력 규탄한다!

2024-07-03 117

 

[성명]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 조례」 폐지를 

강력 규탄한다!

제11대 서울특별시 의회는 2024년 6월 25일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 조례」(이하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라고 한다)를 폐지하고, 그 대안이라며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자립생활 지원조례’이라 한다.) 을 통과시켰다. 서울특별시의회의 이번 의결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고 장애인권리협약이 추구하는 탈시설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 모임은 서울특별시의회의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와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을 강력 규탄한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는 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특별시의 예산 지원과 책무를 규정하였다.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는 2022년 6월 21일 탈시설장애인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장애인의 사회적 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이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조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탈시설을 천명한 법규로 의미 있었고, 실질적으로 이 조례에 따라 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게 되는 성과를 낳았다.

자립시설 지원조례는 앞으로 탈시설할 당사자들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탈시설 당사자의 권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진을 포함한 평가단이 이른바 장애인의 자립능력을 평가하고 선별적으로 장애인을 탈시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가정형’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설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인을 여전히 시설에서 거주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 지원 예산을 ‘자립지원에는 시설을 포함한다’라는 왜곡 속에 시설화 예산으로 쓸 예정이다. 이번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은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개악이다.

시설 거주는 적합한 주거라 할 수 없다. 시설은 아무리 환경을 개선하더라도 집단생활 공간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장애인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받기 어렵고, 어쩔 수 없이 규율을 지켜야 한다. 이런 규율 통제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 침해로 이어지고, 급기야 시설 종사자의 폭행·학대를 야기할 수도 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와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은 장애인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장애인도 주거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서의 삶을 강요받는다면 주거의 자유 보장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와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은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 된다. 장애인권리협약 4조에 따라 당사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보호·실현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는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침해를 금지하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협약 19조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권리를 말하며, 시설에서 벗어난 지역사회에서의 지원서비스를 개발할 의무를 지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협약 당사국에 부여한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 5호, 그리고 2022년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협약 제14조와 제19조에 따른 당사국들의 의무를 명확히 하였다. 서울특별시의회의 이번 의결은 장애인권리협약이 부여한 지방 정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24. 6. 25. 시설수용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장애인 보호의 한 형태 또는 ‘선택’으로 여겨지지 말아야 한다며 서울특별시의회의 퇴행적 조치에 우려를 표하였다. 위원회는 이 성명에서 지방정부가 탈시설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현존하는 탈시설 관련 정책이나 조례를 폐지하지 말아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는 위법하게 진행되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안은 주민발의로 발의되었는데,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호는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을 주민조례청구 제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폐지안은 앞서 본 것처럼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고, 헌법 제6조에 따라 우리나라가 가입 비준한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는 내용의 조례안은 주민조례청구 대상이 되지 못한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이러한 하자를 간과하고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를 폐지하였고, 그 의결은 무효이다.

시설을 포함한 선택은 권리가 아니고, 탈시설 권리는 누구에게나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모임은 탈시설 권리를 침해한 서울특별시의회의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 모임은 장애인의 권리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장애인,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연대하여 싸울 것이다.

 

2024. 7.  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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