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정보위][논평] 검찰의 위법한 피압수자의 전자정보 보관을 강력히 규탄한다

2024-04-01 100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논평]

검찰의 위법한 피압수자의 전자정보 보관을 
강력히 규탄한다

 

1. 지난 3월 22일 복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복제하여 무단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사기관에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전자매체의 전체 정보를 ‘이미징’한 후 변호인의 참여 하에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선별된 정보뿐만 아닌 ‘이미징한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업무관리시스템인 ‘D-NET’에 저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2. 검찰은 “주임검사 등은 법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재현이나 검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에게 이미지 파일의 보관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대검찰청예규인 ‘디지털증거의 수집 ·분석 및 관리 규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이미지 파일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위 규정은 대검찰청 예규로서 행정기관 내부 지침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 이러한 행정규칙의 내용은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구성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3.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그와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대법원 2022. 1. 14.자 2021모1586 결정)라고 판시하며 혐의사실과 관련없는 정보를 그대로 보관하는 것의 위법성을 명확히 확인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에서는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하는 경우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하고, 예외적으로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저장매체에서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을 압수해야 적법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예규의 내용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과 대법원에서 확립된 법리에 전면으로 반한다. 검찰은 대외적 구속력이이 없는 위 예규에만 근거하여 관행적으로 정보 전체를 보관하고 있었고, 이는 수년간 이룩해온 디지털증거에 대한 피압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4. 더하여 검찰은 ‘전자정보 분석결과의 정확성, 신뢰성 등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라도’ 전체 이미지파일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으나, 해시값이 등록되어 있는 이상 분석결과의 정확성 및 신뢰성은 담보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전자정보매체의 이미징 파일 전체를 보관한 것은 적절한 수단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권력 행사에 있어 준수해야 하는 최소침해의 원칙에도 반하는 행위이다.


5.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기기의 전자정보는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획득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보저장매체의 특성상 사용자·관리자·소유자 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국민들은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가 별건 수사로 활용되진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번 사안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검찰이 개인정보를 이용한 추가적인 인권침해 상황을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이번 사안에서 불거진 위법한 예규와 검찰의 위법한 정보수집을 규탄한다. 또한 압수한 디지털 기기 정보 탐색 및 보관, 파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정보주체의 권리 및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검찰은 지금이라도 전자정보매체 압수 및 보관 절차의 엄밀하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4. 4. 1. 
디지털정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