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소음 규제 강화, 드론 채증 도입 등 경찰의 집회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 탄압 시도 당장 철회하라!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4일 정기 회의를 열어, 집회 현장의 소음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과 집회 현장 등에서 무인비행장치(‘드론’)를 통한 촬영을 가능케 하는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 일부개정훈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경찰의 이러한 움직임은 집회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서, 매우 위헌적이고 부당하다.
집회는 다수가 모여 공동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통행 불편이나 소음 등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집회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핵심이자 근본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도 지적하듯 집회의 자유는 정치적으로 열세여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운 소수를 위한 기본권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평화적 집회의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 제37호에서 “평화적 집회의 참여자들은 확성기, 악기 등 장비 사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명시하여, 집회 참가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최대한도로 보장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공중의 사생활의 평온과 조화를 이룬다면 집회에서의 소음 규제도 최소한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심지어 시행령 개정안에는 배경소음도(집회·시위와 관계 없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정도)가 이미 소음 기준을 초과한 경우 별도의 소음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이미 (집회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한도 초과의 소음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집회에 대해서만 별도의 규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시민들의 평온한 생활 보장’이 아니라 ‘집회의 탄압’이 목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현행 집시법령상 소음 규제가 이미 충분히 과도한 상황에서, 이를 더 강화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한편, 경찰위원회에서 함께 의결한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 일부개정안은 무인비행장치(드론) 운용 목적과 범위에 실종자·구조대상자 등 인명 수색 외에 “집회·시위, 집단민원 현장에서의 범죄수사를 위한 증거자료 수집” 등을 추가했다.기존에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채증을 카메라로만 했는데 사각지대가 있어 현장 상황을 자세히 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나아가 경찰은, 드론으로 증거 수집을 하겠다고 밝히는 것만으로도 불법행위 사전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경찰이 ‘드론 채증’을 사전 억제 효과를 위해 실시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포기한 위헌적인 발상이다.
범죄수사시 증거 수집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진 등의 촬영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권과 인격권,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다만, 대법원은 그 예외로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는 영장이 없더라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9.3. 선고 99도2317 판결).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의 채증활동에 대한 위헌소송에서(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마843 결정), 헌법재판관 9인 중 5인은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촬영행위는 개인의 집회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증거확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촬영행위는 불법행위가 진행 중에 있거나 그 직후에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며, “이 사건 촬영행위는 여러 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근거리에서 집회참가자들의 얼굴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집회참가자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가하는 부당한 방법으로 집회를 종료시키기 위한 목적이 상당부분 가미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이 사건 촬영행위는 공익적 필요성에만 치중한 탓에 그로 인해 제약된 사익과의 조화를 도외시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인격권,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던 바 있다.
이처럼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채증은, 이미 범죄가 행해진 후이거나 최소한 행해지고 있는 중에서, 최소한의 증거 수집을 위한 상당한 정도로만 허용된다. 그런데 ‘범죄 예방’ 목적으로 ‘드론 채증’을 하겠다는 것은, 그 목적 자체가 허용될 수 없는 경우일 뿐만 아니라, (집회참가자의 얼굴을 근거리에서 촬영하는 방식이어야먀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필요최소한의 정도를 넘어서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드론 촬영 시 경찰 채증규칙을 위반한 채증 중인지 여부에 관해서 참가자들의 검증과 감시가 거의 불가능하여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 방안이 없고, 드론 추락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므로,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라고도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찰의 ‘드론 채증’ 시도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다.
경찰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을 중단해야 하고, 이를 올바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경찰청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 현저히 제한하고 집회시위 참가를 범죄화하려는 시행령 개정과 탄압 음모를 당장 철회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