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문]
유족과 피해자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
국회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즉각 통과시켜라!
오늘 전국에서 모인 한국전쟁전ㆍ후 민간인 집단학살 유족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묻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되고 8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5년, 한국전쟁 피학살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사망하거나 피해를 당한 조작 의혹사건 피해자들도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버티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밝히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그러했는가. 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고, 아직도 국가는 권력의 이름으로 저지른 수많은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는가. 왜 피해자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가. 정부와 국회 등 권력에겐 수 십년을 견뎌온 국가폭력 희생자와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가. 왜 피맺힌 몸부림이 보이지 않는가.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에서 이승만 정권은 남쪽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하였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전국피학살자유족회를 창립했다. 유족들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유족 집회 등을 열어 학살책임자 처벌, 유족에 대한 정치경찰 감시 해제, 위령제, 피해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전국적 활동에 힘입어 제4대 국회에서 ‘양민학살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조사 활동 보고서를 통해 약 113만 명 사망 신청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5.16군사쿠데타로 인해 진실규명은 중단되었고 유족회 간부는 혁명재판소에 구속되었다. 유족회에서 집단 매장한 합동묘지는 부관참시되고, 연좌제를 통해 끊임없이 유족들은 감시와 탄압을 받았다. 빨갱이로 몰린 유족들은 울음마저 죄가 되는 고초를 겪었다. 이로 인해 진실은 역사에 묻히고 은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전쟁 집단학살 유족들은 알고 싶다. 왜, 무엇 때문에 이들은 학살되고 시신은 유기되었나! 그리고 왜 국가는 그토록 오랫동안 이를 방치하였나!
한국전쟁 전후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의 진실이 묻히는 동안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은 자신들의 정권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에 저항하는 세력이나 인사를 조작 사건으로 탄압하고, 선량한 어민을 간첩으로 몰아갔다. ‘불량한 시민’이라는 딱지를 붙여 삼청교육대 등 집단 수용시설로 보냈고다. 그리고 강제징집을 통해 군대로 보내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 고문, 수배, 프락치 강요, 구속 등의 정치적 억압 과정에서 의문사가 발생하였고, 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쟁전ㆍ후민간인피학살 등 국가폭력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정권에 의해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진실을 은폐 조작하는 야만의 역사는 이렇게 되풀이 되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 집단학살과 이후 독재 및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발생한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민주화 등 사회 변화 과정에서 제도적 진상규명 과정에 이르게 되었다. 2005년 포괄적 과거청산을 위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하 진화위법)’이 제정되었다. 한국전쟁을 전, 후한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학살 사건 조사가 다시 시작되었고,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영역으로 독재와 권위주의 시기 발생한 수많은 의문사, 조작사건들이 조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거청산에 부정적인 정권의 출범은 이러한 한국전쟁전ㆍ후민간인 집단학살 등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진화위를 폐쇄시키고,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밝혀진 과거사를 부정했다. 시민들의 촛불항쟁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제1호에서 국민의 눈높이 맞는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0년 국회는 정부의 과거사 공약을 뒷받침 하지 못한 채 조사기간, 위원회 구성, 명예회복 조치 등을 국민의힘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한참 후퇴시키며 현 진화위법을 만들었다. 시행령 마저 졸속으로 개정되어 현재 진화위 운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들어나고 있다. 이러한 후과로 한국전쟁민간인학살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는 현재 진실규명의 방향을 잃고 이념 대립의 장이 되고 말았다. 피해자들은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이 국회에 있음을 밝힌다.
오늘 한국전쟁민간인학살 등 국가폭력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국회가 진화위법 개정을 통해 조사기간을 2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신청기간을 놓친 많은 미신청 사건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신청기간 연장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진화위 구성이 여, 야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현행 위원회 구성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의 과거청산은 UN이 정한 전쟁 범죄 해결 방안, 정치적 이행기 보편적 인권 증진의 방향이 아닌 ‘이념 대립의 장’으로 전락될 수 있음을 밝힌다.
진실규명도 하기 전에 화해를 들고나오는 과거사 해결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실규명이 우선이고 화해는 차선이다. 누가 누구에게 화해를 한단 말인가. 오직 진실은 하나이며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백만 민간인피학살 유족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요구에 다수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 힘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론 확정을 통해 돌아오는 2월 국회 회기 내 진화위법을 반드시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국회는 조사기간 및 신청기간 연장을 담은 진화위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
2024년 1월 25일
진화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주최>
■ 국회의원
민주당(윤영덕 의원실, 강득구 의원실, 권인숙 의원실, 김교흥 의원실, 김승남 의원실, 김영호 의원실, 박주민 의원실, 서동용 의원실, 신정훈 의원실, 이학영 의원실, 이해식 의원실, 이형석 의원실, 이용빈 의원실) / 정의당(심상정 의원실, 이은주 의원실) / 기본소득당(용혜인 의원실)/ 무소속(윤미향 의원실, 이성만 의원실)
■ 피해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한국전쟁전ㆍ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삼청교육대전국피해자연합회, 삼청교육피해자유족회, 여순항쟁서울유족회, 대구10월항쟁유족회,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원회,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여순10.19사건범국민연대,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대한항공KAL858기탑승희생자유족회,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 김순호파면녹화공작진상규명국민행동, 진화위정상화를위한네트워크(진정넷),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청산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4.9통일평화재단, 서울대민주동문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서울제일교회, 유신청산민주연대, 5공화국피해자단체연합, 한국진보연대, (사)긴급조치사람들 외
[과거사위][공동기자회견]진화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_2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