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보도자료]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망 수용자 유족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

2024-01-04 121

[공동 보도자료]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망 수용자 유족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

  • 일시 : 2024. 1.  4. (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민변 대회의실
  • 주최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1. 민주언론을 위한 귀 언론사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1. 기저질환이 있던 고령의 수용자가 2020. 12. 25. 서울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하여 양성판정을 받은 뒤, 신속한 응급 후송조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2021. 1. 7.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사망하였습니다. 

 

  1. 위 사망사건은 기저질환자에 대한 보호 및 응급조치 의무 위반, 헌재판결에 따른 과밀수용 해소 의무 위반, 국제기준에 따른 수용자 가족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 등 구조적⠂제도적 결함으로 발생된 인재(人災)입니다. 

 

  1. 국가인권위원회는 유가족의 진정 내용에 따라 2022. 3. 25. 책임기관인 법무부장관 및 동부구치소장에게 ‘기관경고’ 조치 및 수용자에 대한 의료 관리 시스템 개선, 직원 대상 직무교육 등을 권고함으로써  이 사망 사건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1. 이에 유가족은 위 동부구치소 코로나19 감염 수용자 사망 책임규명을 위한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이 소송은 고위험 수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고, 집단감염의 근본적 원인인 과밀수용을 해소하지 않으며, 수용자 가족에게 수용자의 코로나19 감염사실을 곧바로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 뿐만 아니라 국민의 중요한 정보에 대한 알권리까지 져버린 대한민국의 책임을 묻는 소송입니다.   

 

  1. 이 소송이 개인의 사망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을 넘어 국내 수용시설이 수용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고, 수용자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 증진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1.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망 수용자 유족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
  • 일시 : 2024. 1.  4. (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민변 대회의실 
  • 주최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코로나19인권대응 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 사회자: 최석군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 발언– 소장 취지 및 개요 : 최새얀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송의 의미 및 쟁점 설명 : 조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 수용시설에서의 코로나19로 인한 인권 문제 브리핑 :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인권위원장 )

    *발언자 및 내용은 추후 변동될 수 있음

 

 

*별첨 1.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별첨 2. 소장 개요

*별첨 3. 유가족 호소문 

2024. 1.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코로나19인권대응 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별첨 1.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별첨 2. 소장 개요 

소장 개요

 

*별첨 3. 유가족 호소문 

 

안녕하세요.

 

이 호소문을 작성하는 저는 지난 동부구치소 내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사망하신 구치소 수용자의 아들입니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밖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있는데 먹먹함에 글이 적히지 않는 이유는 아버지가 사망하신 이맘때쯤의  그 날도 눈이 많이 

내렸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일겁니다.

 

3년전 2021년 1월 7일 저희 어머니는 새벽에 전화 한통을 받으시고 발을 동동 구르시며 저를 깨웠습니다. ‘아버지가 위급하시다 지금 바로 와보셔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전화가 구치소에서 왔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씻지도 못하고 놀란마음에 그 눈내리는 새벽에 옷매무새도 못다듬으시며 바로 경찰병원으로 향하셨고 저희 자녀들에게도 준비해서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병상에 있으실 아버지를 걱정하며 경찰병원에 향하던 저는 지하철 안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먼저 가 계신 어머니를 통해 들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1월 7일의 그날은 모든 것이 이상했습니다. 아버지의 시신도 확인 못하고 그날 바로 화장을 진행해야된다는 말과 코로나에 감염 되어도 상관없으니 제발 아버지 한번만 보여달라는 저희의 애원에도 원칙상 그럴수 없다는 보건소의 답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치소 내에서 특별하게 격리시설이 운영되지 못하였고 최소한의 대비책인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은 개별구매 하여 착용하게 했다는 이야기, 그마저도 젊은 수용자들은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끼지 않고 활동하였으며 그 것을 컨트롤 할 수 없었다는 말, 동부구치소 내 코로나 사태 전에아버지의 이감이 결정되었으나 그 마저도 코로나사태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말 등등 결국 나이가 많으신 아버지는 그렇게 구치소 내에서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만 여러가지 변명으로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저녁 보건소의 서두른 조치에 차갑게라도 느끼고 싶었던 아버지의 온기와 모습이 분골이 되어 식지도 않은 유골함에 담겨 제 품에 돌아왔을 때 그 순간의 황망한 온기와 원통함은 아직까지도 제 가슴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아버지가 수용되셨을 적 저희 어머니는 ‘사람이 사업하다보면 일이 잘 안풀릴때도 있다. 기 죽지말고 너희들은 떳떳하게 잘못된 길 가지말고 당당하게 지내고 있으면 된다 아빠는 엄마가 둘러볼테니까 걱정말고 아빠도 수용소에 있는 그런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기 싫을테니 너무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라.’ 라는 말을 항상 하셔서 저는 아버지가 수용되고나서도 아버지를 뵙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월7일 동부구치소에서 전화 온 그 날, 몇 달간 뵙지도 못한 아버지의 마지막가는 모습마저 지켜보지도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직도 모든것이 꿈만 같습니다.

 

죄가 있다면 죗값을 치르는게 마땅한 일입니다.하지만 그 죗값을 치름에 있어 육체가 국가에 귀속되어 있다면 국가는 한사람 한사람 귀속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국가에서 통제하는 구치소같은 곳 이라면 더더욱 그럴것입니다.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받지 못하고 황망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는 국가와 시스템의 이름으로 가족품에 온전히 돌아오지도 못하였고 장례식도 치루지 못하여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마지막 존엄까지 망가져버렸습니다. 저희 유가족들도 아버지를 안녕히 보내드리지 못한 그 억울함과 슬픔은 죽을때까지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것 입니다.

 

저는 이제껏 동부구치소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는 조사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도 전해 받지 못하였고, 사건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쩔수없었다는 말만 동부구치소의 간수를 통해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이에 대해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요청드리며 유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여 다른 수용자들에게도 국가와 시스템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한번 방치되고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그저 가두어 둘 죄수가 아닌 지난날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돌아갈 가족과 돌아갈 삶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가족이 겪은 무력함과 억울함이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어렵고 슬픈 일을 겪고 있는 저희 가족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민변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정의를 위해 힘써주시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좋은사회를 만들어 주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받은 따스함은 저희도 어려운 사람에게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첨 4. 기자회견 발언문 

 

– 소장 취지 및 개요 : 최새얀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상근변호사 최새얀입니다. 이번에 피고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한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집단감염 사망수용자 유족 국가배상 소장의 취지와 개요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극심해지던 2020년 12월, 서울동부구치소에서는 집단감염으로 약5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망인은 당뇨 질환을 앓고 있던 70대 고령 수용자로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확진자였습니다. 2020. 12. 25. 코로나 확진후, 망인은 지속적으로 기침 및 근육통, 오한을 겪었고 1. 4.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습니다. 12. 30.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으나 외부 전문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망인은 1월6일 밤부터 사망 당일인 1. 7. 오전 5시경까지 계속 호흡곤란을 호소하였으나 이때까지 아무런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전 6시 20분이 넘어서야 근무자가 119에 연락하여 7시 50분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도중 사망하였습니다.

한편 망인의 유족들은 망인이 코로나가 확진된 날인 12월 25일로부터 12일이 지난 1월5일에서야 확진 통지를 받았으며, 피고의 일방적인 화장 절차로 인하여 망인의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하지도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망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채 사망에 이르기까지에는 피고 대한민국의 여러 불법행위가 원인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피고의 의료조치 등 보호의무 위반이 문제됩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교정시설 방역지침에는 형집행정지 건의 등 추상적인 지침만 있었을뿐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대응지침은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결과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망인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채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공무원들은 망인의 코로나 확진 후 5일 후에나 형집행정지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곧바로 외부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지 않았습니다. 기침, 발열 증세가 있었을때에는 물론 호흡곤란을 호소했을 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며, 그로부터 7시간 후에서야 119에 신고를 하였으나 망인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하였습니다. 

이렇게 수용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했던 데에는 과밀수용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피고가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불법행위 또한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이미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이 명시한바와 같이,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국가는 수용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이를 해소할 의무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 수용률이 116퍼센트에 달하여 과밀수용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중증환자에 대한 관리와 응급조치가 불가능하여 망인의 사망까지 야기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원고인 유족들에게 망인의 코로나 감염 사실을 확진일로부터 12일이나 지난 시점에 통지하여 수용자의 건강정보에 접근하고 제공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였고, 일방적으로 망인의 시신을 화장 처리하여 유족의 추모할 권리를 침해하였습니다. 

특히 피고는 이 사건 국가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여 진상을 은폐하려한 행위까지 드러났습니다. 피고는 망인이 호흡곤란을 호소한 떄로부터 10분 후 바로 119에 신고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인정된 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호흡곤란 증상 이후 약50분 후에나 119 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로 인하여 피고는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경우 법절차에 호소하여 그 원한을 풀어낼 권리’ 즉 신원권을 침해하였고, 인권존중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였습니다. 

이와같이 피고 공무원들은 고령의 기저질환 수용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점,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과밀수용을 방치한 점, 원고들의 건강정보 접근권을 침해한 점, 시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 거짓된 사실 주장으로 진상은폐 행위를 한 점에 따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저희 대리인단은 서울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 사건은 이전에 진행된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국배청구 소송과는 달리, 국가의 고위험군 수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수용자가 사망에까지 이르렀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당국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사건입니다. 국가가 수용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점에서, 이전 사례보다 국가의 책임이 조금 더 명확하고 상세하게 드러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리인단은 이 소송으로 개인의 사망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을 넘어 국내 수용시설이 수용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고, 수용자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 증진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소송의 의미 및 쟁점 설명 : 조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1. 이 사건의 주요한 쟁점은 앞서 최새얀 변호사님께서 설명한 내용으로 충분. 이 사건 원고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수용자였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의학적인 소견이 있는 상황에서 형 집행정지 결정까지 받았으나, 외부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일주일 가까이 구치소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으로 이송 도중 사망함. 1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12월 18일 전수조사가 이루어졌음. 이후 구치소 내 대응조치가 마련되었음. 피해자는 25일 코로나 확진이 되었음. 약 5일 뒤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음. 형집행정지결정이라는 중요한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어떠한 의료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 방치된 상태에서 사망한 것과 다름 아님. 이 과정에서 구치소의 조치가 위법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주요한 쟁점.

2. 그 동안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수용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국가배상 소송이 있었고 대부분 패소하였음. 소액사건 등으로 구체적인 판결이유를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의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임. 수용시설은 외부와 다름. 완벽하게 통제되고, 명령과 지시에 복종할 수 밖에 없음. 자료도 공개되지 않음. 이번 소송을 준비하면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였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수용시설의 인권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3. 이 사건은 크게 3가지 부분에 집중하고자 함. 

첫째, 정보의 수집. 동부구치소는 국가가 관리하는 수용시설임. 그동안 수용시설 내부에서 코로나19가 어떤 경로로, 어떻게 발생하였고, 이에 대해 어떤 조치들이 이루어 졌는지 충분히 공개되지 못했음. 대리인단은 소송절차에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조사 방법을 최대한 이용하여 관련 정보를 수집할 예정임. 소송 외에서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할 예정임. 

둘째, 수용시설의 특수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용시설은 지시와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공간. 방역에 따른 조치와 관리에 재소자의 역할은 없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서부터, 식사/운동 아주 작은 신체의 이동과 물건을 통제하는 공간임. 코로나19와 같은 방역재난 과정에서 수용시설과 수용자 사이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어떠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법적 의무를 분석하고자 함. 실제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법적의무를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 가석방 등 신체의 자유를 회복하는선제적 조치 등을 한 바 있음.  동부구치소에서는 망인 사망이후에 20여명에 대한 일부 가석방 조치가 있었음. 형집행정지 결정이라는 절차가 있었음에도 실제 결정에 따른 집행이 늦어진 것 역시 수용시설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위법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려고 함. 

셋째, 수용자의 기본권 보장. 수용자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자유재량에 맡겨져 있지 않음. 최근 과밀수용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및 법원의 판결에서 재소자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음.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등에서 수용자의 기본권 침해로 인정된 사례는 더 많음. 우리나라 수용시설의 기본권 제한은 국제인권기준 및 해외의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과도한 부분이 있음.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의료적 접근권에 집중하고자 함. 끝.

 

– 수용시설에서의 코로나19로 인한 인권 문제 브리핑 :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인권위원장 ) 

서울동부구치소는 의료인들에겐 곧바로 코로나19를 떠올리게 되는 곳이다. 왜냐면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단일시설 최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킨 곳이기 때문이다. 수용인원이 2000여명인 곳에서 천 명이 넘는 감염자가, 그것도 국가가 가장 철저히 책임지는 공간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K-방역 성공 신화가 얼마나 거품인지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가 재소자에 대한 정부의 반인권적 차별대응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교정당국은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를 일반 시민에 준해 시행하지 않았다. 11월 말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외부와의 차단에 주력했을 뿐 3주간이나 전수검사는 없었다. 또 비접촉자, 접촉자, 확진자를 뒤섞었다. 정부가 교정시설 외부에서는 밀접접촉자를 격리하는데 교정시설에서는 이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시민에게는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정부가 국가관리시설에는 가장 기본적 수칙도 지키지 않아 창살밖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게 만든 것이다.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고,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교정시설 내 확진자는 증상이 있는데도 약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넬슨만델라규칙으로 불리는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에 따르면 정부는 재소자에게 사회에서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보건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동일한 수준의 의료는커녕 무책임한 방치로 감염을 확산시켰고, 교정시설을 외부로부터 격리하는 데만 집중했을 뿐 재소자 건강과 생명에는 철저히 관심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 넬슨만델라규칙 외에도 재소자들의 물리적, 사회적 취약성을 고려한 방역과 의료에 대한 지침은 당시 차고 넘쳤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마자 발표된 매우 구체적인 국제적 지침만 해도 여러개였다. 이들 지침은 모두 수감·구금자는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준수를 위해 과잉수용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2016년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제기가 계속되오기도 했다. 더욱이 당시는 사회적으로 정부가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방역수칙 위반자를 처벌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서울동부구치소는 정원의 116%인 2400여명이 과밀수용해 재소자들은 실제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환경에 방치했다. 이를 빨리 해결하라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이 동부구치소를 겨냥해 재소자들에게 시민들과 동일한 보건의료혜택 제공하고,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 등 개선안 즉시 내놓아야 한다고, 2020년 1월 6일 성명까지 발표했음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결국 1월 7일 안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행여 이 사건이 코로나19 초기였기에 발생한 실수라거나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2020년말이면 이미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그 사이 여러 집단감염이 알려지며 폐쇄된 수용시설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집중적인 감염자가 발생한 곳이 바로 5층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자들이었다. 이 폐쇄병동의 102명의 환자 중 101명이 감염됐던 것이다. 즉 구치소와 같은 폐쇄된 수용시설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 바로 그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고 심지어 사망자가 나온다는 것을 한국 사회가 일찌감치 목격했던 것이다. 즉 최소한 구치소와 같은 폐쇄된 수용시설을 관장하는 정부 부서는 발빠르게 조치를 취하고 2중 3중의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서울동부구치소 사망수용자 사례를 통해 명백히 드러나듯이 2020년말까지 법무부와 구치소 관리자들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본 발표자는 해당 사망자의 유가족을 2022년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유가족으로부터 들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토대로 추적해본 결과 정말 의료인으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염자가 발생했는데도 3주가 지나서야 코로나 전수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심지어 마스크조차 한참동안 무상으로 지급되지 않아 개인이 사서 써야 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밖에 엘리베이터 이동 문제, 밀접접촉자와 접촉을 시키는 방 이동 문제, 감염사실조차 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은 문제, 응급 상황에서의 상태 확인, 이송, 진단, 사망 처리에 이르기까지 정말 어느 단계도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정말 이 동부구치소 사망수용자의 사례는 이게 선진국으로 불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실 이건 인권운운할 수준이 아니라, 이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만이라도 고쳐내야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유가족분들이 용기를 내고, 의식있는 법조인들이 이 사건의 중요성을 잘 포착해 이렇게 의미있는 소송이 이루어지게 되어,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생의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넬슨만델라는 “감옥에 들어가 봐야 그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한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한국의 인권은 물론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새로운 감염병의 대응도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때도 그러했듯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역시 이 중요한 문제에 적극 함께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