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아동인권과 교사의 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2023-09-19 92

[성명]

아동인권과 교사의 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최근 학교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비통한 사건들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동료 교사, 학생(아동), 학부모에게도 위로를 전합니다. 우리 모임은 고인들을 추모하면서, 아동과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환경을 마련하고자,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안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의견을 표명합니다.

 

1. 아동과 교사의 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아동학대에서 교원의 생활지도를 제외하려는 개정안은 교사의 인권을 학생의 인권과 대립하는 구도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개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 및 학부모가 악의적 민원과 고소를 남발한다는 것입니다. 악의적인 민원과 고소로 인해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학생·학부모와의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이를 혼자 해결하지 않도록 관리자가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 학교 차원의 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절차에 교사 및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조정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피해를 입은 교사에 대한 행정적, 제도적 지원책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 비극은 권리의 충돌 문제가 아닌, 필요한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본질적인 부분을 놓친 채, 아동의 인권이 교사의 인권과 충돌한다는 그릇된 전제 위에 아동의 인권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이번 개정안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2. 이번 개정안은 큰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갈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과 같이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님에도, 개정안은 학생에게 아동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교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향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동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제한하면 과연 교사가 각종 쟁송을 통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문언은 그 해석을 둘러싸고 당사자 간의 추가적인 갈등을 야기할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종결시키기 위해서 학생 또는 학부모가 형사고소 후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고 한다면, 학생과 교사 사이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면책 규정은 어디까지나 원칙을 선언할 것일뿐,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쟁송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대법원은 교원의 지도행위를 정당행위로 보아, “교사의 지도행위는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하였던 경우로서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던 경우에만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판결,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1도5380 판결 등). 이와같이 우리 법원에서는 구체적인 사례에서 비교형량을 통해 교사의 지도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개정안은 동일한 의미의 규정을 추가하였을 뿐 실무에서 저 개정안으로 인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교사의 아동학대 여부가 아닌 정당한 생활지도였는지를 다투게 되면서 절차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3.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의 예외를 두는 방식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반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성인에 의한 학대로부터 아동을 특별히 보호하여 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이 사회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법익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1. 3. 25. 선고 2018헌바388 결정). 또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존엄성과 신체적 완전성의 존중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인권기구들은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가정, 학교, 그리고 그 밖의 모든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특히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제5ㆍ6차 심의에서 모든 환경의 법률 및 관행상의 “간접체벌” 및 “훈육적 (disciplinary)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CRC/C/KOR/5-6, para. 26-27). 아동이 모든 종류의 학대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이 과연 이러한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정신을 따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4. 교원의 권리침해 방지가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보호의 소홀로 이어지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80% 이상은 부모이고, 교사를 포함한 대리양육자의 아동학대가 문제되는 사례는 10% 내외에 불과하며, 학대받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 피해는 정서적 학대로 인한 피해(22년 약 38%)입니다. 학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결과가 초래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모임은 학교 현장에서 아동과 교사의 인권이 함께 보장될 수 있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다시 한번 최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건들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리며,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3. 9.  1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첨부파일

M20230919_[성명]아동인권과 교사의 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pdf

보도자료 썸네일.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