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성명]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공동파업은 정당하다.
정부와 경총은 불법적 탄압을 중단하라.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9월 14일부터 공동파업에 나섰다. 철도, 의료, 건강보험, 지하철, 사회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의 민영화 정책, 직무성과급제, 노동개악 등에 대해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 파업이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며 파업 목적의 정당성이 없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이번 파업의 법적 정당성을 밝히고, 불법적 탄압을 중단할 것을 정부와 경총에 촉구한다.
이번 파업의 목적은 정당하다.
첫째, 파업권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2021. 4. 20.에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87호 협약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ILO는 파업의 목적은 단순히 단체교섭사항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사회적 사항에 관한 불만을 더 넓은 맥락에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결사의 자유 위원회 결정례집(2018), para. 766.]. 또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파업 목적의 정당성에 대한 협소한 해석을 변경하는 것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수차례 권고하면서, 한국철도공사 민영화 및 수서발 KTX 법인 분리설립 반대를 목적으로 한 2013년 12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개혁 및 구조조정 계획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노동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결사의 자유 위원회, 382차 보고서(2017), Case No. 1865 (한국), para. 90.]. 그러나 지금도 정부는 과거의 병폐를 답습하고 있다.
둘째, 이번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상식적으로는 물론이고 각종 법령과 사내 규정,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그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공부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이러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와 교섭에서는 폭넓은 의제가 다루어질 필요성이 매우 높다. 법원 역시 일반 사기업과 달리 국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성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그 사업 목적과 지위에 대한 법률상의 보장과 규율을 고려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항의 범주를 획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15. 5. 7. 선고 2014노1664 판결 참조. 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15도8190 판결로 확정).
셋째, 이번 파업은 추상적인 ‘정부 정책 반대’ 자체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각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적용받을 구체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스스로 주장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사업장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곧 각 사업장의 구체적인 사내 제도가 되어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되거나 그 노동조건에 매우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파업은 여러 분야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요구사항들이 지향하는 바는 ‘민영화 반대, 직무성과급제 반대, 현 정부의 노동정책 반대’ 등으로 개념화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분야의 각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적용받게 되는 노동조건의 후퇴를 반대하고 개선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각자 자신의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법상의 찬반투표와 조정절차를 통해 적법하게 쟁의권을 확보한 후, 다른 여러 분야의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그 뜻을 함께 모았다. 법원은 이러한 파업을 ‘시기집중 동시파업’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4090 판결 참조). 정부와 경총은 이를 ‘정부 정책 반대’라고만 추상화하여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정부와 경총이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노동조합은 쟁의행위의 차원과는 별개로도 헌법상 표현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단체이고, 파업 과정에서 노조가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노동조합이 외부적으로 내건 대외적·정치적 투쟁목표를 바로 쟁의행위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는 정부와 경총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서울행정법원 2017. 8. 11. 선고 2015구합76223 판결 참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두40345 판결로 확정).
다섯째, 이번 파업은 노동조합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노동조건인 각 사업장에서의 임금, 수당, 노동시간, 복지, 해고 기타 대우 등에 관한 사항을 개선하는 목적을 명백히 지니고 있다(법 제2조 제5호). 또한, 직무성과급제 도입은 명백히 이번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각 사업장에서 적용받게 될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바, 이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이번 파업에는 목적의 정당성이 명백히 인정된다.
여섯째, 이번 파업의 전격성 여부 판단에 있어서도, 앞서 살펴본 파업 목적의 정당성, 공공성, 중대성,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높은 수준의 관심 및 노동조건에 대한 밀접한 영향력, 각 단위사업장에서의 교섭 과정 및 사전 공지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예측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실제로 파업 전부터 이에 대해 입장을 내고 대비를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이번 파업은 헌법과 노동조합법상 보장되며, 법 위반 사항이 없다.
이번 파업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노동조건의 개악을 막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공공부문 서비스의 이용자이자 주권자인 국민들이 모두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가장 먼저 노력할 책무가 있는 정부가 오히려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며 탄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이고 부당하다. 공공부문 사용자들을 포함한 경총과 정부는 이번 파업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에 귀 기울여, 공공성 강화를 통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쓸 것을 촉구한다.
2023. 9. 15.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