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정전이 아닌 ‘종전’으로 평화를 되찾을 때이다
[성명]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정전이 아닌 ‘종전’으로 평화를 되찾을 때이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한 2023년 7월의 한반도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있다. 정전이 아닌 ‘종전’을 선언하고, 한반도 평화구축의 토대가 될 수 있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오랜 바람은 ‘반국가세력’의 ‘종전선언타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남북 관계는 끝을 모르는 냉각기를 걷고 있다. 취임 전부터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피력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파기를 주장해온 이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하고,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복하면서 그동안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무수히 많은 시간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2018년 이후 한미연합연습은 축소되거나 취소되어왔지만 오는 8월 예정된 연습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자산을 투입하여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반도가 ‘며칠 안에 전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는 평가가 과언이 아닌 이유이다.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체결된 정전협정은 군사적 의미에서의 협정이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한반도의 모든 이들이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남북의 몫이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70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정전협정의 의미를 되새길 수밖에 없는 것은 정전협정 이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폄훼되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네 차례에 걸친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긴 시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북이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왔고 차근히 그 결과물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북에 대한 대응 기조가 바뀌면서 오랜 시간 조금씩 쌓아왔던 남북대화와 교류의 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와 북측의 상호 강경 대응은 한반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 정권의 종말을 수시로 언급하는 정부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뒷전이다. 북한을 점령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하는 한미연합훈련의 반복은 북한을 자극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화시킬 뿐이다. 한미연합훈련은 모든 군사적 대결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반헌법적 행위이다. 헌법정신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성실히 노력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자신의 의무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언사와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자체로 헌법상 의무 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만 탓할 수 없다.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할 국회는 정부의 강경 대응 뒤에 숨어 남북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을 미뤄두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저절로 평화가 올 리 없다.
정부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고,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살려서 계승해야 한다. 국회는 남북공동선언의 비준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동안의 염원과 노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 또한 한미연합연습에 공세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남북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호 공격적 태도를 멈추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폄훼하고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에 조력하며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는 정부의 모든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걸음에 함께할 것이다.
2023.7. 2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