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곤봉과 수갑을 앞세운 경찰의 노동자 유혈 진압을 강력 규탄한다! 계속된 집회탄압과 노동탄압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물리력 행사가 또 발생했다. 어제, 오늘 경찰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과 임금인상 요구, 원하청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금속노련 위원장을 집단 린치하고, 안면을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기며, 목덜미를 무릎으로 누르고 뒷수갑을 채웠다. 또 7m 상공 망루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던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크레인 2대와 6명의 경찰 등을 동원하여 경찰봉으로 머리 등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하면서 끌어내렸고 이로 인해 사무처장은 머리가 찢어지고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다. 모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경찰의 물리력 행사를 강력 규탄한다.
첫째, 이번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경찰장비관리규칙(경찰청 훈령), 경찰청의 수갑 등 사용지침 등을 종합하면, 경찰봉과 수갑 등의 경찰장구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보충적이고, 필요 최소한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찰장구 사용은 고공농성 돌입 만 하루만에, 별다른 마찰도 없는 상황에서, 다른 보충적 수단을 사용하려는 노력도 없이,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방식과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관련 법령상의 제한을 현저히 벗어났다. 특히, 당시 망루에는 난간도 없어 경찰봉을 사용한 무력진압 과정에서 추락의 가능성이 상존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여지는 없다.
더욱이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봉으로 상대방의 머리나 얼굴 등을 직접 가격하는 것은 자제하여야 함에도 정확히 머리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하였고(제78조 제3항 제4호), 과거 뒷수갑 사용이 인권침해로 많은 지적을 받아 도주나 자해 등의 우려가 높을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사용하도록 “수갑 등 사용지침”이 개정되었음에도 뒷수갑 사용을 남용한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이번 폭력진압은 적법한 직무집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
둘째, 이번 경찰의 물리력 행사는 위법·부당하고 불공정한 노동탄압이다. 당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는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이 노사합의 이행, 조합활동 보장, 동결된 임금인상, 부당노동행위 중단 등 정당한 요구를 내걸고 무려 400일 넘게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었고, 상급단체인 산별노조 간부들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자 고공농성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공농성 시작 만 하루만에, 고용노동부 등 주무부처도 아닌 경찰이, 노사자치를 지도이념으로 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장에 갑자기 뛰어든 것이다. 장기간 원하청 사측의 부당한 행태에 맞선 하청노동자들과 상급단체 간부를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흡사 사측의 구사대처럼 보일 정도다.
셋째, 이번 경찰의 폭력진압은 실적주의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건설노조에 대한 무리한 수사의 배경으로 경찰청의 소위 ‘특진놀음’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집회탄압에 대하여도 경찰청이 특진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와 같은 실적주의는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할 공권력의 남용을 야기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큰 위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넷째, 이와 같은 경찰의 행태가 계속 반복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 그 연장선에 있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법원 앞 야간문화제에 대한 강제해산과 불법체포, 집회·시위에 대한 강제진압을 위한 기동훈련 등 일련의 과정 속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선전포고에 경찰이 발맞춘 행태이다. 이러한 위법한 공무집행이 언제까지, 어디까지 확대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경찰의 폭력진압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과 사진을 보면 과거 군인과 경찰이 시민과 노동자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성을 잃어버린 경찰력의 행사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더 이상 무분별한 공권력의 남용도, 무고한 희생도 없어야 한다. 이에 모임은 이번 경찰의 폭력진압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집회탄압과 노동탄압을 반복하는 경찰청장의 파면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3. 5. 31.(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