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논평]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정부의 ‘장시간근로제’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 – 윤석열 정부의 2023. 3. 6.자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부쳐 –

2023-03-07 63

 

[논평]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정부의 ‘장시간근로제’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

– 윤석열 정부의 2023. 3. 6.자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부쳐 –

 

정부는 2023. 3. 6. “근로시간 제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다. 2022. 7. 15.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논의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등의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2022. 12. 12. 위 연구회가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권고문을 발표한 데 이어,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본격화 한 것이다.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제 제도가 마치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어 이를 ‘개혁’하겠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노동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노동자들을 더 장시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1주 단위’의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장근로 관리단위 선택’의 효과는 극악한 집중적 장시간근로에 불과하다.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되는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1월(月)로 확장할 경우, 1월 동안 가능한 연장근로 52시간(≓ 1주 12시간 × 4.345주)의 상당 부분을 특정 주에 몰아넣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도’가 도입되고, ‘의무적 휴게시간 부여’(근로시간 8시간당 1시간 및 4시간당 30분)를 감안하더라도, 하루 24시간 중 11.5시간을 근로할 수 있게 되는데(= 24시간 – 11시간 – 1.5시간), 주휴일을 제외하고 6일간 이만큼 근로하면 1주일에 69시간의 근로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 중 한 주의 시작일(월요일)에는 주휴일인 하루 앞 날(일요일)과의 사이에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므로 (11시간 중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10시간이 앞부분에 추가되면, 일주일에 총 79시간 근로까지 가능해진다. 이 경우에도 1주일의 연장근로시간은 (토요일 근무 11.5시간 전부를 연장근로시간으로 보더라도) 39시간이어서 ‘1월 52시간’ 범위 내에 있게 되는바, ‘합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1개월 단위로 산정하게 되기 때문에) 1개월의 평균 범위 내에 있게만 되면 1주일 동안 총 79시간을 근로하게 해도 합법이 되는데, 7월의 마지막 주와 8월의 첫 주에 연달아 이만큼 근로를 부과할 경우는, 연속 2주 간 극심한 장시간근로를 하였음에도 7월의 평균과 8월의 평균으로 계산된 각각의 시간이 ‘제한 범위 내’가 될 수 있다. 이 정도 장시간근로를 집중적으로 한 근로자에게 추후 ‘몰아서 휴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한들, 이미 집중된 장시간근로로 인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뒤의, 휴식 아닌 휴식에 불과할 것이다.

단위기간을 3개월・6개월・1년으로 정할 때 총 가능 연장근로시간을 비례적으로 감축한다 하더라도, 평균의 산정단위가 길어짐에 따른 특정 주(週)의 가능 근로시간 연장의 효과를 전혀 상쇄하지 못하는바, 이는 장시간근로의 파괴적 효과를 은폐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1년간 총 440시간[624시간(1주 12시간 × 52주)의 70%]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볼 경우, 주휴일을 제외하고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이 부여된다 하더라도, 1주일 69시간의 근로(1주일 29시간의 연장근로)를 15주 연속으로 할 수 있게 된다(1년간 440시간 ÷ 1주 연장근로 29시간 = 약 15.2주). 정부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시한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를 적용해도 “69-69-59-59”의 싸이클이 반복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날 뿐이고,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를 대체하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를 적용한다 한들, 1주일 동안 64시간씩이나 일해야 하는 주(週)가 18주로 늘어날 뿐이다(1년간 440시간 ÷ 1주 연장근로 24시간 = 약 18.3주).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될 뿐만 아니라,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정부는 이번 개편방안에서 앞부분만을 의식하였을 뿐,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도 업무상재해 관련성이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대표제를 제도화하여 근로자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나아가 정부입법안에서 근로자대표의 선출 방식에 관해 새로이 정하고 있는 것을 “근로자대표 개념 도입 이래 처음으로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담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조직률이 14.2%에 불과한(2021년 기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해임이나 탄핵 등 선출 이후의 통제에 관한 절차적 요건을 전혀 법정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의사에 기한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근로자대표’에게 연장근로시간 정산단위 변경에 대한 합의 및 협의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무용지물이다. (근로자대표제도가 노동자들에 의해 실질적・자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없이) 근로자대표와의 합의 및 협의를 통해 특정 기간의 연장근로의 가능 시간을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용자의 근로시간 연장 시도에 대한 절차적 면죄부로 기능할 소산이 크다. 근로자 개인에 의한 서면합의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을’의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근로자가 진정한 의사로 사용자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움은 자명하고, 이러한 종류의 합의가 최초의 근로계약서 체결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그릇된 판례 법리(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9228 판결)까지 맞물려질 경우, 근로자 개인의 선택권 역시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도의 지향점이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의 보편적 보장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모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의 반(反)노동자적 성격을 은폐하는 수사에 불과하다. 정부의 근로시간 관련 정책으로 인해 늘어나는 선택권은 사용자의 근로시간 부여에 관한 선택권에 불과하다.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 연장, 탄력근로제 적용 요건의 완화 등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 모두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개혁’일 뿐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권・휴식권이 현재의 근로시간 규제 하에서보다 악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최근 5년간 주평균 40시간을 넘지 않는 근로시간 실태에 비추어볼 때, 1주 69시간・64시간 등의 극단적 사례가 일반화될 우려는 적다고 하며 이에 관한 비판을 일축하고자 하나, 위와 같은 근로시간 실태는 현행과 같은 근로시간 규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변명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그리고 ‘일반화’되지 않은 채로 일정한 사업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1주일에 69시간・64시간의 근로를 몇 주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여전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라고 명령하고 있는바(헌법 제32조 제3항), 정부의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노동자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헌적인 방책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는 노동자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명시한 것이고,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특례업종의 도입 등 사업장의 구체적인 상황과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 역시 이미 현행 근로기준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마련해두고 있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는,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책들에 대해서는 ‘입법’안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해 제시하면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 ‘근로시간 적용 사각지대 해소’ 등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된 부분은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노동자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문제제기의 진의가 의심된다.

정부의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은 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단기간 집중 장시간근로를 실체적・절차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다. 우리 위원회는, 정부의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장시간근로제’의 추진으로 규정하며, 사용자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사용자의 근로시간 선택권만을 절대적으로 강화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규탄한다. 우리 위원회는,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악’ 시도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2023. 3. 7.(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용 우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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