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9 참사 대응TF][논평] 행정안전부와 이상민 장관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보이지 않는가

2022-12-23 63

[논평] 행정안전부와 이상민 장관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보이지 않는가

– 국회 국정조사특위 행정안전부 현장조사의 답변과 태도를 규탄한다

 

금일(2022. 12. 23.) 오전 10시,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현장조사가 진행되었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과 민간 전문가 위원들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하여 재난통신망 운영 등을 점검한 뒤, 정부서울청사 중대본 서울상황센터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및 행정안전부 관계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그러나 금일 행정안전부 질의응답의 내용은 부실했고, 이상민 장관은 재난안전관리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답변과 태도를 보였다. 

 

  1. 이상민 장관은 전주혜 의원의 “경찰국 신설은 치안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것이 아니죠.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맞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용혜인 의원의 “현장 지휘는 소방서장이 하는데 현장에 왜 가셨냐”는 질문에는 “포괄적인 지휘를 하러 갔다. / 당시에는 현장에 가는 게 맞았다는 판단을 한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 자체로 매우 모순적인 답변이다. 경찰과 소방 모두 행정안전부에 소속된 외청으로서 행정안전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장관이 참사발생 직후 소방청을 지휘할 수 있다면 경찰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1. 이상민 장관의 금일 답변은 2022년 8월 경찰국 출범 당시의 행정안전부 입장과도 전혀 다르다.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은 이 정부 들어 이상민 장관이 스스로 제정한 규칙으로서, 장관에게 중요 정책 및 권한 행사에 관한 보고를 하도록 규정했다. 장관이 보고를 받는 이유는 다름아닌 보고를 토대로 지휘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상민 장관 본인이 “치안 관련 역할과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찰국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6/27 행안부 보도자료). 이상민 장관은 앞으로도 사회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 지휘를 하지 아니할 것인가?

 

  1.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과 재난문자에 관한 이상민 장관의 태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실하였다. 이상민 장관은 진선미 의원이 “행안부 상황실에서 (재난 발생 사실) 전파할 때 국가위기관리센터에 통보했는가”는 질문에 “국정상황실에 재난문자를 보낸다는데요”라고 답했고, 진선미 의원이 “‘보낸다는데요’라니요?”고 반문하자 “제가 좀 더 확인을 하겠습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읽어봤냐”는 질문에는 “참사 이후 보고를 받았고 읽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난 전파 체계를 남일처럼 답변하는 태도와, 참사 이후 아직까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연 직무 수행 의지가 있는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 참사 발생 후 몇 분 내에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지대본)을 만들어야 하는지 묻는 진선미 의원의 질의에 관해서도 이상민 장관은 “지침 있는 것으로 아는데… 몇 분 안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가 이미 있는 지침도 모르고, 있더라도 비합리적이라고 무시하는 것이다. 시ㆍ도 안전관리계획 수립 지침을 시ㆍ도지사에게 통보하여야 할 주체는 다름아닌 행정안전부장관이다(재난안전법 제24조 제1항). 적법절차를 준수할 의무있는 장관이 스스로의 지침조차 무시하는 것은 직무를 포기함에 다름아니다.

 

  1. 참사 당시 현장 방문과 중대본 설치에 관해서도 이상민 장관의 답변은 매우 부실했다. 앞서 이상민 장관을 고발한 공노총 소방노조와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는 참사 당일 이상민 장관의 행적과 대응 조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가 있으나, 이태원사고 특수본은 이상민 장관에 대해 서면조사조차 하지 아니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조사에서 이상민 장관은 현장에 “현장에 가는 대신 중대본 만들고 필요한 지원, 연계를 하셨어야 하지 않냐”는 용혜인 의원의 질의에 “포괄적인 지휘를 하러 갔다, 당시에는 현장에 가는게 맞았다는 판단을 한다”고 답했다고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에 대해 지휘도 하지 못한다면서 현장에는 왜 갔는가? 그리고 당시는 이태원로 일대가 구급차와 인파가 뒤엉켜 0시 30분경 간신히 1개 차로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익일 0시 45분까지 참사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했는가? 약 45분간 현장에 머무르면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지휘하였는가? 이상민 장관은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해명을 거부하고 있다. 

 

  1. 박용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답변에서도 행정안전부의 재난 상황 전파와 초동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박용수 실장에 따르면 참사 당일 행정안전부는 22시 48분에 이르러서야 소방청으로부터 유선보고를 받았고, 소방청 파견관이 상황담당관에게 유선으로 보고하였다. 그러나 막상 장관에게 보고는 하지 않았고, 결국 이상민 장관은 23시 20분에 긴급문자(크로샷)을 받은 비서실로부터 보고를 받고서야 참사를 인지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30분 넘는 ‘골든 타임’을 허비한 것이다. 

 

  1.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이상민 장관과 행정안전부가 다중 운집으로 인한 사회 재난을 아직도 주무부처가 아니라고 회피하는 점이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별표 1의 3]은 ‘비고’에서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지정되지 않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정부조직법에 따른 관장사무와 피해 시설의 기능 또는 재난 및 사고 유형 등을 고려하여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혼잡경비도 경찰직무이고,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이며, 이태원 등 서울 시내 핼러윈 기간 다중운집은 이미 수년째 반복되어 예측가능한 사회재난위험상황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다중운집 사회재난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은 행정안전부 외에 다른 부처를 상상할 수가 없다. 적어도 행정안전부장관은 스스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담당하거나 지정할 책무를 유기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1. 이상민 장관은 앞서 10. 29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출범을 준비하자 그제서야 일부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개별로, 따로 만나자는 제안을 하는 등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날 현장조사에서도 의원들과는 악수하면서도 유가족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여기 사람이 있는데 눈길도 안 줬다”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그대로 퇴장했다. 이것이 재난안전관리 총괄 조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의 장으로서 적절한 자세인가? 이번 참사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전국의 공직자들도 추모 리본을 달며 애도하였는데, 현장조사를 받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가족들을 이토록 외면할 수 있는가?

 

  1. 이태원 골목에서 질식하여 죽어간 사람들은 엄연히 국가가 보호할 의무를 진다. 오늘 현장조사를 수검하는 행정안전부와 용산구는 단 한 사람의 피해자도 억울하지 않도록 참사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다. 진실을 영원히 숨길 수 없고, 지연된 진실은 그만큼의 한(恨)과 고통과 비용을 동반하여 드러난다. 국가와 공직자가 재난안전의 1차적 책임을 지지않고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며 사회적 의문을 남겼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고통받고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지 우리 사회는 거듭하여 경험한바 있다. 이상민 장관과 행정안전부는 지금이라도 현장조사에서 제기된 의문과 사회적 문제제기에 성실히 답하고 유가족들의 절규에 응답하여야 할 것이다.

 

 2022년 12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

첨부파일

MOTF20221223_논평_행정안전부와 이상민 장관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보이지 않는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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