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변론센터][공동논평] 혐오에 맞선 학생들에 대한 장신대 징계의 위법함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2022-10-28 51

 

[공동논평] 

혐오에 맞선 학생들에 대한

장신대 징계의 위법함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1. 어제(27일)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2018. 5. 17.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한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서울고등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나2039714 판결). 장신대가 징계부터 이를 해제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징계권 등 학사행정에 관한 권한을 남용하여 원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비롯한 무형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지난 2019년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한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에 이어, 혐오에 맞선 무지개를 징계한 학교의 잘못을 확인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2. 지난 2020. 5. 12. 원고들은 장신대를 상대로 위법한 징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미 법원의 가처분과 본안 판결을 통해 징계의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확인되었음에도 다시 소를 제기한 것은, 학교가 잘못된 징계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없이 절차만 다시 밟으면 재징계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며 원고들에게 계속 낙인을 씌웠기 때문이다. 나아가 장신대는 원고들의 징계결과와 경의를 담은 소책자을 작성해 교단 총회에 배포했고, 법원으로부터 징계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을 받은 후에도 징계를 바로 해제하지 않는 등 징계 전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렇기에 원고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교육기관으로서 학교가 학생에 대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을 인정받기를 원했다.

 

3. 그럼에도 이 사건 1심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6민사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여하고 이를 SNS에 게시한 것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의 동성애 관련 결의에 반하는 행위로 오인될 수 있었고 따라서 이러한 행위가 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나아가 소책자 배포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가처분 결정을 미이행한 것은 흠이 있기는 하나 원고들에게 손해가 없다는 이유에서 학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미 징계무효확인 판결을 통해 징계의 하자가 인정되었음에도 마치 원고들의 잘못으로 징계가 이루어진 것처럼 설시한 판결을 원고들을 비롯해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4. 그리고 항소심 판결은 1심과 전혀 다른 판단으로 장신대의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였다. 비록 아쉽게 징계처분의 하자는 있으나 그것이 불법행위까지는 아니라고 보았지만, 징계의 내용에 있어 학칙에 없는 지도교수와의 면담이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반성문 제출을 부과한 점, 후속조치를 미이행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바로 해제하지 않고 원고들의 복학 등에 불이익을 준 점,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징계를 유지하여 원고들의 법적 지위를 불안하게 한 점 등에 비추어 학교가 징계권을 남용한 불법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 등 무형의 손해를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과 건전한 상식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소책자 배포 역시 공연히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4인에게 총 900만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5. 징계처분이 있은지 4년, 손해배상 소를 제기한지 2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이제서야 장신대가 한 징계,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 전부가 잘못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난 이 판결을 다시 한 번 환영한다. 장신대가 더 이상 불필요한 법정다툼없이 판결 결과를 승복하길 바란다. 2심 재판 중 이루어진 조정절차에서 학교 측 직원들은 계속해서 징계에 어떠한 문제도 없고 같은 일이 발생하면 또다시 원고들을 징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지어 교수들이 원고들의 현황을 만남보고, 수업보고라며 학교에 일일이 보고한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과정들이 과연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할 책무에 걸맞은 것인지 장신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6. 혐오와 차별에 맞서 환대의 무지개를 띄우는 것, 원고들을 비롯해 당시 학생들이 한 일은 당연한 연대와 저항이었다. 그럼에도 학교의 위법한 징계로 긴 시간 고통을 받았을 원고들이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아울러 장신대가 지금이라도 과오를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것과,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조치들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2022. 10.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위원장 대행 김재왕)

공익인권변론센터(대표 김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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