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4건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1.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4건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이 잇달아 발의되었다. 모임은 최근에 발의된 4건의 집시법 법률안의 세부적 내용이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를 광범위하게 위축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2. 2022. 5. 16.에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15626)은 옥외집회 및 시위의 절대적 금지 장소를 열거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할 것(제11조 제6호 신설)을 제안하는 법률안이다. 집회의 자유는 자유로운 장소・시간・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가3 등 결정). 절대적 금지장소를 확대하는 위 법률안은 그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에 대한 고려없이, 집회 개최의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안으로 집회 및 결사의 자유의 본질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집시법 제11조 폐지라는 지속적인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도 역행하는 법률안이다.
3. 2022. 6. 3.에 한병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15806)은 집회・시위 주최자 및 참가자의 준수사항을 추가하는 법률안이다. 법률안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 반복적 악의적 표현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안 제16조 제4항 제4호) 및 “(법적) 기준 이하의 소음이라고 하더라도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안 제16조 제4항 제5호)를 주최자 및 참가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여 이를 위반하는 주최자 및 참가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위 법률안은 집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집회 참여자들의 표현 내용 자체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큰 법률안이다. 법률안의 문언 자체도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 규제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다. 나아가 법률안이 규정하고 있는 명예훼손 및 모욕 등은 이미 형법에 따른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중복적으로 집시법에 규율하는 것은 과잉한 입법으로 보인다. 즉 법률안이 그대로 입법된다면, 집회의 내용, 표현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 자의적 또는 차별적 규제가 우려되는 것이다. 더불어 법률안이 법적 기준 이하의 소음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집시법 제14조가 규정하고 있는 소음 규제 기준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으로, 행정관청에 의해 규제가 자의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다. 참고로 집시법 제14조가 규정하는 소음기준도 무분별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한편 법률안에 따르면 추가된 준수사항을 어기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22조 제3항). 집회 주최자 또는 참가자이 집회에서 한 표현 내용과 불가피한 소음발생으로 인해 처벌되는 상황은 과잉한 기본권 제한을 초래할 수 있어 정당화될 수 없다.
4. 2022. 6. 8. 윤영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15826)은 ‘혐오표현’을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인 편견에 기반한 선동적이고 적대적인 표현 행위”로 정의한 후(안 제2조 제7호), “혐오표현을 통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며(안 제5조 제1항 제3호), 주최자의 준수 사항으로 “지속적인 혐오표현으로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포함시키고 있다(안 제16조 제4항 제4호).
혐오표현을 법률안과 같이 정의한 것은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표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권력관계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즉 법률안이 정의하는 혐오표현은 시민사회가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혐오표현과 그 개념이 명백히 다르다. 법률안에 따르면 권력자 혹은 위정자에 대한 비판까지도 혐오표현으로 보아 금지 및 처벌할 수 있게되는데, 심각한 집회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의 제한 및 위축이 우려된다.
한편 법률안은 1인 시위까지도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안 제2조 제2호). 그 자체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을 초래할 우려가 없는 1인 시위를 규제하는 것은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및 표현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한다. 또한 법률안은 “상업적 목적만을 위하여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면서 “후원금 등을 모금”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는데(안 제5조 제2항) 순수하게 상업적 목적만 있는 것으로 인정될 집회・시위가 존재할지,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도 있다. 불가피하게 실비조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집회 및 시위가 부당히 규제되거나 수사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5. 2022. 6. 8. 박광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15820)은 역시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으로 집회 금지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안 제8조 제5항 제2호). 법률안은 한병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집시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마찬가지로 경찰 권력의 자의적・차별적 판단으로 표현 내용에 따른 집회 규제가 오・남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그리고 법률안이 “성별, 종교, 장애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특정한 대상과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유발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선동하여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부분(안 제16조 제4항 제3호)은 윤영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는위헌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6. 위 법률안들의 발의 배경이 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의 집회는 다른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현행 집시법에 따라 충분히 규제될 수 있다. 즉 현행 집시법에 따른 경찰의 적절한 보호조치를 통해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충분히 사생활의 평온과 타인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요건을 기준으로 특정 집회와 표현을 원칙적으로 금지 또는 처벌하려는 위 법률안들은 그대로 입법되는 경우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물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야기함으로써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집회에 대한 법적 규제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위 4건의 법률안 중 어떠한 법률안도 혐오표현 및 규제 대상 표현을 정의함에 있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권력관계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법률안들은 오히려 권력자 혹은 위정자에 대한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과 의견 개진을 ‘혐오표현’이라는 명목으로 규제하거나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특정 장소에서의 집회와 집회 참여자들의 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제하려는 위 4건의 법률안이 발의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국회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큰 위 4건의 법률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입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2022년 6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