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공직선거 후보자 토론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촉구 공동의견서 발표
공직선거 후보자 토론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촉구
1.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 20대 대통령선거가 5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출마에 나선 예비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진 가운데 언론·미디어에서도 정책 공약, 자질 및 역량에 대한 검증과 공론과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권자 시민 입장에서 지난 대선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TV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부 예비후보자는 TV토론회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피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기관들에서 예비후보자들이 참여하는 토론 프로그램 등을 편성·제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합니다. 유권자 시민의 이목이 집중될 다자 또는 양자 간 토론은 성사된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의견서를 발표하는 지금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토론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예비후보자 측은 없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송사들과 횟수, 일시 등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걸로 봐서는 유권자 시민들이 후보자들은 몇 번이나 TV토론을 통해 만나게 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후보자의 TV의 토론 출연,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얼마 전 유튜브채널 ‘삼프로TV’와 ‘G식백과’의 대선 예비후보자 토론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상파TV 토론 콘텐츠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예비후보자들이 특정한 주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편성의 제약 없이 심도 깊은 의견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수 만개의 이용자 댓글이 달렸는데 ‘미디어의 역할과 책무’를 언급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유권자 시민들은 정보와 정책, 입장과 의견에 목말라하고 그 갈증을 기존 미디어인 공영방송, 지상파방송에 해소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 선거방송 제작 현장에서는 규제의 제약과 후보자 섭외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예비후보자들과 캠프는 TV토론을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정쟁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장 큰 피해는 유권자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 유용한 정보, 더 깊이 있는 검증, 더 치열한 논의를 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대면 선거운동 어려운 가운데 TV토론은 매우 유용한 정보 접근과 정책 전달의 수단입니다. 유권자 다수 누구나가 인터넷과 OTT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누구에게나 경제 문제가 주식과 부동산 중심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법률상 공적책무를 부여 받은 선거방송기관들은 유권자 시민 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요?
2. 현행 제도로는 더 많은, 더 유익한, 더 재미있는 TV토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현재의 공직선거법 상 TV토론 관련 규정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유신독재 시절 야당 후보들이 TV토론 도입을 주장했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90년대 중후반 법률 개정을 할 때도 충분한 토론권, 유권자 시민의 알 권리 보장보다는 최소한의 근거 규정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관련 규정은 크게 중앙선관위가 구성하는 ‘선거방송토론회위원회’ 주관 토론회와 ‘언론사’ 주최 토론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언론사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는 ‘후보자의 승낙’을 받아 ‘자율적’으로 개최하도록 돼 있어서 후보자가 승낙하지 않거나 기피할 경우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부 후보들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들만 개별적으로 언론사 토론프로그램에 나오는 경우는 위 사례에 해당합니다.
○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입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수인을 초청하여 3회 이상’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법정선거운동기간 22일 동안 3회 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최소 규정만 충족하자고 할 경우 3회로 끝날 수 있고, 그마저도 후보자들이 거부한다면 과태료 외 강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지금처럼 본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위원회 주관 토론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언론사 자율 주관에만 맡겨야 합니다. 이 같은 제도의 허점 때문에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에서는 일부 후보자의 토론 기피로 최소 법정 토론 3회만 진행된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9대 대선은 탄핵 국면 후 치러졌고 그만큼 유권자 시민의 관심도 높은데도 후보자들도 너나할 것이 없이 토론에 적극적이어서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규정상 초청요건 후보자들은 위원회 주관 3회, 방송사 주관 3회 등 총 6회의 다자간 TV토론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후보자 개인의 성향이나 의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유권자 시민의 정보접근권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 아울러 선거방송토론회위원회의 엄격한 규정, 규칙 때문에 방송사들이 더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포맷의 토론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방송사들도 기존 관행을 뛰어 넘는 혁신 실험을 하는데 소극적입니다.
3. 유권자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모두의 변화를 제안합니다.
○ (국회)현재 국회에는 공직선거법 상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3회 이상 규정을 6회 이상으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있고 최근에는 선거방송매체를 확대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횟수와 매체를 확대하는 걸 넘어 실효성 측면에서 더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법정선거운동기간과 예비후보자 신분 기간 적용 여부, 후보자가 이를 기피할 경우 제재 문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과 언론사 주관 토론의 역할 분담과 차별화 방법, 공영미디어의 선거방송토론 역할 강화 방안 등 보다 종합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한 법률 개정에 나서줄 것을 요청합니다. 정쟁 수단으로는 오랜 시간 다뤘으니 이제 ‘법률 개정’을 실제 목표로 제대로 된 논의에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거방송토론위원회) 선거 사무와 행정은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방송토론의 운영에 있어 여러 제약이 불가피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 방송사의 일반적인 시사토론 콘텐츠나 인터넷방송의 포맷을 차용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위원회 규정, 규칙을 보면 지나치게 세세한 영역까지 규율하거나 경직된 내용도 존재해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의 모색이 어려워 보입니다. 유익하고도 흥미로운 선거토론방송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위원회에 선거방송 관련 학자, 전문가들 외 다양한 연령, 계층의 유권자 시민, 현장 제작진이 참여해 제도와 방식의 혁신을 모색할 수 있도록 위원회 구성을 다변화하고 선거방송토론 제 규정·규칙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주시기 바랍니다. 진보정당 등 소수정당과 소속 후보자의 방송토론 기회도 더 보장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방송사등과 협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사/언론기관) 공적 책무를 부여 받은 공영방송, 지상파방송 등 법령상 선거방송기관은 유권자 시민 다수에게 필요한 선거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TV토론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편성, 제작, 공급해야 합니다. 후보자가 나오지 않겠다고 하면 달리 방법이 없을 것도 같습니다. 법규와 편성의 제약이 많아 더 깊게 들어갈 수 없고, 더 재미있게 편집할 수도 없다는 항변도 이해합니다. 기존 룰을 벗어나는 실험이 현실적으로 편성, 제작, 방송 불가능하다면 시도해야 할 명분도 이유도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제도와 정책의 변화에 있어 국회와 선관위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곳이 방송사 등 언론기관입니다. 예를 들어 꼭 한 토론에서 정치, 경제(부동산/고용/민생), 외교안보, 사회문화 등을 모두 다뤄야 할까요? 후보자 토론회는 늘 실시간으로 편집 없이 생중계만 해야 하는 것인가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방식에 매달리고 있었던 아닌가 돌아봐야 합니다. 방송사들이 역할을 분담해 이곳은 정치/외교/안보, 다른 곳은 경제/사회문화, 또 다른 곳은 기후위기/에너지, 교육 정책, 어떤 때는 부동산과 고용에 집중하는 등 주제를 분담해 심층토론을 이끌어내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아이디어를 모아 선관위에 제도 개선과 지원을 요청하고 적극적인 편성, 제작에 나선다면 후보자들도 기피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권자 시민들의 지지와 호응 또한 많을 것입니다.
○ (후보자/정당)
TV토론 능력만으로 공직선거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모두 평가할 수 없습니다. 카메라와 토론에 익숙한 후보자, 그렇지 않은 후보자 모두 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모 당선자가 토론회를 고의로 기피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모의하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러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고 하니 카메라 앞 토론이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숙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책과 의견을 말과 글을 통해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의사 소통과 정책 집행, 행정 추진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대중 앞에 선다는 것이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겠다는 것입니다. TV토론 외 여러 소통 및 홍보 수단이 생겨났습니다. 다양한 미디어채널을 통해 소통의 경로를 확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텔레비전/라디오방송은 다수의 유권자 시민이 큰 어려움과 비용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공미디어 서비스입니다. 더 많은 유권자 시민, 전국 방방곡곡 여러 의견을 가진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이 후보자를 만나고 정책과 공약에 대한 이해와 검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토론 광장에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그것 역시 공직선거 후보자의 중요한 의무라는 인식에 이견이 없기를 바랍니다.
4. 시민사회도 더 좋은 방안을 생각해 제안하겠습니다.
○ 당장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관련 법률과 규정, 규칙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선 전에 바꾸자고 의견서를 발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논의를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환경, 유권자 시민의 정치 참여 방식 등은 나날이 변화하고 진화하는데 제도와 관행은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과 제도 혁신이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법률과 규정, 규칙의 개정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인 시도에 나서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시민사회 역시 미디어를 통한 토론 활성화가 유권자 시민의 차별 없는 정보 접근권, 민주적 권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고민과 제안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1월 14일(금)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