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위][공동 논평] 모든 청소년 시민은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당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 「정당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논평 –

2022-01-12 114

[공동논평]

모든 청소년 시민은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당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 「정당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논평 –

 

2021. 12. 30. 국회는 국회의원 등의 피선거권 제한 연령을 25세에서 18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022. 1. 11. 정당 가입이 가능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고, 18세 미만인 사람이 정당에 가입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청소년 참정권의 실질적인 확대를 요구했던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번 「정당법」 개정조항이 여전히 정당 활동 연령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문제가 있고, 더구나 청소년에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개정 전 「정당법」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권을 가진 자만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를 일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정당 안에 마련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대다수 청소년들은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권고를 참고하여 이번에 개정된 「정당법」 제22조 제1항이 정당 가입 연령을 16세로 낮추어 정당의 문을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개방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가가 일률적으로 법률을 통해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대다수의 국가는 정당 가입 연령을 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각 정당이 당헌, 당규를 통해 정당 가입 연령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각국의 주요 정당은 아예 연령 제한을 두지 않거나, 14-16세의 청소년을 다양하게 정당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보다 많은 청소년이 정당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정치적 주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연령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정당이 자체적으로 청소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신설된 「정당법」 제23조 제1항 후단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정당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함께 제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청소년의 참정권 행사 여부를 법정대리인의 의사에 좌우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부작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2022. 1. 5. 국회 정개특위 회의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일부 위원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이 결국 통과된 것은 국회가 과연 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 참정권 보유자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위 조항을 처리하면서 정당에 가입하려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위 정개특위 회의록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당비 납부 의무가 발생하니 「민법」 제5조의 미성년자 보호 규정의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① 정당에 대한 당비 납부 의무는 공법에 규정된 특수한 의무로 사법상의 법률행위에 따른 의무와는 구분된다는 점, ② 청소년에게는 「민법」상 처분이 허락된 재산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권이 있으므로, 청소년이 당비를 납부하는 행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③ 대다수의 국가에서 이러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없으며, 청소년을 위한 특별당비, 당비 감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정당이 다수 있고, 한국의 법제에서도 이러한 조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정당 가입의 요건으로 규정해야 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게 될 경우, 법정대리인이 청소년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거나 청소년의 정치 참여 자체를 반대할 경우 청소년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당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리게 된다. 여전히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정치에 참여하려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이 규정은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의사를 사전에 억압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한민국헌법」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5조에서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설령 청소년이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원만하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규정은 정당에 가입하려는 청소년에게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법정대리인에게 밝힐 것을 강제함으로써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제17조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6조 및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에 보장된 청소년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다. 국회와 정부는 청소년이 차별 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여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이 부당한 침해를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정당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회와 정부에게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2호의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미성년자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이 조항이 살아 있는 것은 이번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하고도 정당 활동의 핵심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적지 않은 학교에서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교칙으로 제재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국회는 2021. 11. 3.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학생인권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모의투표 허용·사전 투개표 참관 가능 연령 하향 등 청소년의 정치 참여와 직결되어 있는 세세한 공직선거 관련 규정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청소년은 오늘 우리의 시민이자 참정권 보유자이다. 그럼에도 그 동안 국가는 청소년들이 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시민적 참여 수단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 ‘청소년 참정권’이 대통령선거에서 청년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설익은 수단으로 소비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 및 모든 정당이 이번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에서 멈추지 않고,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료와 연대하여 정치 프로세스에 참여하며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촘촘하게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란 청소년이 언제 어디서든 늘 함께 있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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