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역사는 전두환의 죽음을 결코 슬퍼할 수 없다!!!
[성명]
역사는 전두환의 죽음을 결코 슬퍼할 수 없다!!!
어제 아침 전두환이 사망했다.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공판기일에 출석하면서 왜 사과하지 않느냐, 왜 반성하지 않느냐 묻는 기자에게 “이거 왜 이래”라고 말할 때, 최소한 사법적 단죄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생존할 줄 알았다. 그러나 노태우가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5.18의 진실을 가장 잘 아는 그마저 사망했다. 이제 영원히 닫힌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기는 어렵게 되었다. 반성하지 않는 입에서 진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제는 그런 기대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전두환은 5.18 최초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광주에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5.18의 진실을 밝히고, 그가 앗아간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어야 했다. 그로 인해 스러진 목숨들이 남긴 또 다른 목숨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며 그 죗값을 더 치러야 했다. 아직 남아있는 956억 원에 이르는 미납추징금도 모두 납부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지도,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았으며, 추징금도 완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글을 내놓았고, 5.18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으며, 12.12쿠데타를 기념한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형사재판을 받으면서는 불출석하고 골프를 쳤다. 피해자를 무시하고, 사법제도를 깔보는 그의 뻔뻔한 행동은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시 고통을 주었다.
12.12, 5.18, 삼청교육대, 강제징집•녹화 선도공작, 형제복지원, 의문사, 그리고 온갖 시국 공안 사건 및 재일동포간첩 조작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그가 살아생전 자행했던 수많은 악행과 마찬가지로 그 죽음마저 악행이다. 진실을 밝히지도 않았고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은 그 죽음은 또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있다. 영령들이 어찌 그를 마주하겠는가.
그는 죽었지만 살아남은 그의 가족들이나 무리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어둠에 쌓여 있는 5.18을 비롯한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고, 역사 앞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부정하게 축재하여 숨겨둔 재산을 꺼내어 미납추징금을 완납해야 할 것이다. 이 길이 역사와 피해자 앞에서 조금이나마 전두환의 악행에 대해 속죄하는 길일 것이다.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은 전두환의 죽음을 역사는, 광주는, 그리고 피해자들은 결코 슬퍼할 수 없다.
2021년 11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