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고(故) 변희수 하사를 기리며,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21-10-07 76

[논평]

고(故) 변희수 하사를 기리며,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대전지방법원은 2021. 10. 7. 변희수 하사가 육군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전역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1. 10. 7. 선고 2020구합104810 판결). 육군본부가 변희수 하사의 성확정수술을 심신장애로 판단하였으나, 법원은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은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성소수자의 인권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판결이 선고되었음에도, 기쁨보다 슬픔이 앞서는 이유는 지난한 과정 속에 변희수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판결은 법적인 관점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일신전속권인 군인의 지위를 다투는 소송에서 당사자 사망 이후 원고들이 소송을 수계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 예외적으로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변희수 하사의 급여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이고, ② 성정체성 혼란으로 성전환수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위법성 확인이 필요하며, ③ 이 사건 소송을 통해 직접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원고들의 권리구제에 유효적절하며,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송수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통상 본안 전 판단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피는 단계이나, 법원은 성전환수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으므로 판결을 통해 위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이를 통해 해당 사건은 ‘먼 미래의 제도 개선,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현행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자리매김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본안판단에서 ① 성전환수술을 통한 성별의 전환 또는 정정이 허용되고 있으며, ② 성전환수술 후 변희수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③ 변희수 하사는 성전환수술 직후 청주지방법원에 등록부정정(성별정정)을 신청을 하고 이를 피고 육군본부에게 보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 당시 피고로서도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이후 청주지방법원이 2020. 2. 10. 변희수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등록부정정(성별정정) 허가한 점 등을 이유로 변희수 하사에 대한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해당 여부는 ‘여성 변희수’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육군본부는 전역처분 당시에는 변희수 하사를 ‘남성’으로, 소송 중에는 ‘성전환수술을 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정의하며, 변희수 하사의 정체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의학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변희수 하사가 ‘여성’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였으며, 여성인 변희수 하사에게 남성 성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심신장애라고 판단한 해당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오늘 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것을 재확인한 절차이기도 하다. 2020. 1. 20. 육군본부가 변희수 하사에게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하고 변희수 하사의 전역처분을 결정한 이래로, 해당 처분이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육군본부의 전역심사위원회 개최 통보 하루만에 긴급구제를 결정하였고, 2020. 7. 29. 유엔은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였다. 2020. 12. 14. 국가인권위원회는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하였다. 

변희수 하사 또한 육군본부의 불수용 이후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훌륭한 군인이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시민사회 역시 공동대책위원회와 변호인단 구성을 통해 인사소청과 행정소송, 기자회견과 공동행동을 통해 변희수 하사와 연대하였다. 

이렇듯 법원 판결 이전에도 육군본부가 스스로 처분의 위법성을 되돌아보고 이를 철회할 수 있던 기회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육군본부는 그들의 인권의식을 점검하기보다 변희수 하사를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배척하기를 택하였다. 육군본부는 심지어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뜬 뒤에도 ‘민간인의 사망에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는 말로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였다. 법원의 판결로 변희수 하사가 사망 당시까지 군인이었음이 밝혀진 지금, 육군본부는 무엇으로 그를 위로할 것인가. 

차별과 혐오는 종종 합리성과 이성의 외피로 본모습을 감춘다. 오늘 법원의 판결은 합리적 차별을 가장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짚어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가질 것이다.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그들이 없는 오늘을 맞으며, 희생을 희망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애통함을 느낀다. 다시 한 번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빌며, 그와 유가족의 고통이 여기에서 마무리되기를,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1년 10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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