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세종도서 배제 사건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제37민사부)은 2021. 8. 19. 창비, 해냄출판사, 이학사, 또하나의 문화, 한겨레출판, 실천문학, 산지니, 푸른사상사, 삼인, 삶창 등 11개 출판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출판진흥원이 2014년, 2015년 세종도서(현행 ‘우수도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특정 도서 블랙리스트를 적용하여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하고 국가에게 출판사들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리는 법원이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국가 범죄의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문화예술계가 보다 자유로운 창작활동과 출판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2.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관련 형사판결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4년, 2015년 세종도서 선정사업 당시 박근혜 정부의 정책 또는 이념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나 또는 그러한 입장을 담은 도서를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하였고, 그 지시를 받은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담당 직원들은 세종도서 심사 과정에서 총 22종의 특정 도서 및 특정출판사(창비, 문학동네)를 불법적으로 탈락시켰다.
이에 탈락한 출판사들은 위와 같은 불법적인 배제행위가 헌법상 예술의 자유, 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 평등 원칙 위반 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출판사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것이었으므로 그 배상을 청구하였다. 특히 이번 소송은 단순히 금전적 배상의 요구에 그 의미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한 박근혜 정부의 반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여 그 선례를 분명히 남기고, 헌법 및 문화기본법이 보장하는 창작 및 출판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받기 위한 것이었다.
3. 서울중앙법원이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문체부, 출판진흥원 등 국가 권력을 동원하여 세종도서 배제도서를 선정, 관철한 불법 행위의 위법성 및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 나아가 이 사건 외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다수의 민사소송이 현재 재판계류 중에 있다. 위 다른 사건들에서도 이번 판결과 같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권리를 회복함과 동시에, 국가로 하여금 다시는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 출판 활동을 불법적으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법적 정의를 세워줄 것을 법원에 촉구한다.
2021. 8. 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타파와공공성확립을위한연극인연석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