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논평] 위헌적 ‘역사왜곡방지법’ 발의에 우려를 표한다_210528

2021-05-28 122

[논평] 위헌적 ‘역사왜곡방지법’ 발의에 우려를 표한다.

1.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12인(이하 ‘김용민 의원 등’)은 지난 2021년 5월 13일 역사왜곡방지법안(의안번호 2110105)을 발의하였다.

2. 위 법안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는 선언에 기반, 역사에 대한 왜곡행위 및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공연히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제국주의의 우리나라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지배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역사를 왜곡한 자에게 손해배상 의무(악의적인 경우에는 5배까지 배상액을 확대)를 지우며, 금지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3. 이는 역사적 사실에 관한 표현을 형사적인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그 판단 기준인 ‘역사왜곡 및 그에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법률안이다. 위 법안이 발의되기 전 제21대 국회에는 ‘역사왜곡금지법안(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된 바 있다. 그리고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의 올바른 역사의식 고취 등의 입법 목적을 국민에 대한 형사처벌로써 달성하려는 방식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고, ‘역사왜곡’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의원 등이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없이, 위헌성에 관해서는 기존에 발의된 ‘역사왜곡금지법’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역사왜곡방지법’을 재차 발의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4.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은 민주주의의 이념적 기초가 되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위축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역사왜곡방지법안은 ‘국가의 존엄과 국민의 역사인식 고양’을 입법목적으로 하면서도, 이를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으로 달성하려는 그릇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가 역사해석에 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역사왜곡방지법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여부를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에서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위원회의 구성이 결국 집권 정치세력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법안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는 더욱 크다.

5. 또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입법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이 그 금지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경우, 국민이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가 발생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왜곡방지법안에서는 ‘폭력, 학살, 인권유린을 찬양ㆍ고무ㆍ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 ’역사왜곡 및 그에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그 금지되는 ‘찬양ㆍ고무ㆍ역사왜곡 및 그에 동조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위 법안은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6. 더욱이 위 법안이 역사왜곡을 금지하는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제국주의 지배, 독립운동’ 등은 모두 단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는 상당 기간에 걸쳐, 넓은 범위의 공간에서 발생하였고,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도 국가 전체적으로 큰 영향력이 미쳤던 사안들이다. 따라서 위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전체적인 사실관계가 국민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국민들이 상세히 알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위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국민의 역사인식’을 처벌을 통해 고양하겠다는 것은 그 수단의 합목적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7. 결국, 역사왜곡방지법안이 시행될 경우 국민들은 대상이 되는 역사적 사실에 관한 발언 자체가 ‘사실왜곡’이나 ‘동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역사적 사건에 관한 표현 자체를 자제하거나 스스로를 검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가 설정하고 제시하는 역사 인식에 국민들을 종속시키고, 그에 대한 어떠한 이견이나 다른 관점의 해석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역사적 사실에 관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저해하는 등 표현 및 사상의 자유와 같은 중대한 기본권의 위축 및 침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8. 그 동안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2차 피해를 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역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은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매커니즘에 따라 1차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더욱이 역사적 사실은 학계의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국민의 역사인식은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형성·발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모임은 역사적 인식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역사에 대한 표현을 정치적 논쟁으로 치환시키는 ‘역사왜곡방지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역사는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 맡겨두어야 한다.

9. 김용민 의원 등은 위헌적인 역사왜곡방지법안 발의를 조속히 철회하라.

2021. 5.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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