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교육위, 소수자위, 아동위][성명]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혐오에 굴복하지 말고, 학생 인권 보장에 충실한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하라.

2021-01-25 84

 

[성 명]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혐오에 굴복하지 말고,

학생 인권 보장에 충실한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하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44조를 근거로 수립한 2021. 1. 19.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이하 학생인권종합계획”) 의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위 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해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호와 차별 방지정책결정시 학생의 참여권 확대개성 및 사생활의 자유 보장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그러나 많은 이들이 우려한 대로 특정 종교와 사회적 편견에 바탕을 둔 혐오 세력이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대대적인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우리 위원회는 끊임없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공포를 조장하는 이들 혐오 세력의 발호에 분노하며서울특별시교육청이 이러한 혐오 세력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학생 인권 보장에 충실한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대한 혐오 세력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①성소수자의 범위가 불명확하고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차별 금지는 특정 종교를 억압하고 사회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임②성평등이란 용어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고양성평등에 기초한 법질서에 어긋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부당함③성인지 감수성 개념은 급진 페미니즘 등의 산물로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것임④민주시민교육은 좌편향된 사상교육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음⑤학생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함⑥학교에서 선거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불공정함⑦노동인권이라는 용어도 좌편향적이며자본가와 사용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음.

 

성소수자에는 젠더 이분법적 구분에 포섭될 수 없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지닌 존재들이 포함되어 있고이들 모두는 교육 현장에서 자신의 젠더를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따라서 성소수자의 개념은 혐오 세력들의 주장처럼 정형화되어서는 안 되며오히려 더욱 다양한 형태의 성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특정 종교의 경전 등에 근거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들을 혐오할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성별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태이다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 보장하려는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은 일부 학생들의 특권이 아니라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인권’ 그 자체인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절반 이상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에서 각종 언어신체 폭력과 아웃팅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 벌써 6년 전의 일이고여전히 적지 않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소수자 학생을 보호하는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교육 현장의 당연한 책무인 것이다또한 이러한 대응의 방향은 국민들의 인식과도 부합한다국민 다수가 한국 사회의 혐오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고(88.5%),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응답(73.6%)이 이를 잘 보여준다(국가인권위원회의 2020. 6. 23. 자 혐오차별 국민인식조사 결과).

 

혐오 세력의 학생인권종합계획의 성평등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트집도 결국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연장선상에 있다기존의 양성평등이라는 개념이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으므로 우리 사회에서는 성평등(gender equality)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다양한 젠더 불평등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성인지 감수성 또한 특정 성별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일 따름이다양성평등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성인지 감수성을 남성에 대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무슨 궤변인가.

 

이들 혐오 세력의 차별 조장 행위는 성소수자여성과 같은 특정 대상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이들의 공격은 곧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인 학교 운영에 대한 참여권참정권노동권에 대한 부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혐오 세력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소양 및 헌법과 법률국제인권규범으로 보장된 학생들의 참여권참정권노동권을 교육하는 것에 아무런 근거 없이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인다결국 이들의 주장은 어떤 학생이든 자신의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도자신의 인권을 교육 현장에서 행사하는 것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철없는 투정에 불과하다이렇듯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학생 일반에 대한 혐오는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에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혐오 주장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혐오 세력의 주장이 우려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혐오 세력이 모든 학생들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혐오 세력의 주장은 마치 시민들의 정당한 여론이나 민원인 것처럼 취급되어 학생인권종합계획의 수립 및 시행을 중단시키거나학생인권종합계획의 내용을 변질시켜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학생들의 인권을 퇴보시킨다최근 경상남도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좌절된 사례를 포함해 혐오 세력의 준동에 공적 주체가 굴복한 비극을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우리 모임은 다시 한 번 서울특별시교육청에게 학생 인권 보장이라는 원칙을 놓치지 말고 실질적인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실시할 것을 주문한다.

 

 

2021년 1월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소수자인권위원회아동인권위원회

첨부파일

210125_민변_교육위소수자위아동위_[성명]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혐오에 굴복하지 말고, 학생 인권 보장에 충실한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하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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