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남북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평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 22일 서해 NLL 북측 지역에서 해상에 표류하고 있던 남한의 민간인을 북한군이 사살한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 모임은 피해자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남북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평화를 향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함을 밝히는 바이다.
위 사건과 관련하여 남북이 밝힌 입장에서 일치된 내용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A씨가 북한 측 해역에서 표류하던 중 발견되었고, 북한군이 불법침입자로 판단해 사살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피해자가 북한 해상을 표류하게 된 이유, 사살에 이르게 된 과정, 사살 후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이유 등에 관하여 출처도 근거도 분명하지 않은 정보들이 확대재생산되었고, 마치 진실인 것처럼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남북간 교류와 소통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부정확한 정보들이 유통되고 이로 인한 오해와 억측 속에 지난 며칠간 긴장과 대결의 분위기가 고조되어왔다.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군인들이 사살한 행위는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하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출처를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횡행하고, 추측과 억측 속에 이 사건이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한 사건의 진상규명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 공동조사와 이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의 노력이다.
남북은 10.4 남북공동선언으로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고,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이를 재차 확인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으로 진전되지 못한 채,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군통신선마저 차단되어 정보교환이나 공동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해의 군사적 대치구역에서 비무장 민간인이 사살되는 비극적인 일로, 다시금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마련되고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 자체가 분단의 비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남북간 의사소통이 가능한 군 통신선과 함정 핫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북측의 사과가 담긴 통지문,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으로 공동조사와 협력의 필요성이 확인되었다. 남북은 이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이에 따른 책임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그 과정이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극적인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를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적대와 갈등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협력과 대화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사건을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도를 넘은 추측과 비난을 일삼는 행태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 유족의 피해회복과 진상규명,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남북이 함께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 길에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0년 9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