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학비와 편지를 받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반공법 피해자,
약 50년만에 재심청구
1. 민주사회를 향한 귀 언론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민주사회를 위한 공익인권변론센터(이하 ‘센터’)는 2019년 초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유죄확정판결 대해 재심을 검토해달라는 한 당사자를 면담했습니다. 당사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 4. 5. 영문도 모른채 자취방에 들어닥친 동대문경찰서 소속 사복경찰관들에게 연행되어 불법구금되었고 이후 고문을 받으며 수사를 받았습니다. 수사관들은 당사 당사자가 어렸을 때 일본으로 떠나, 10년이 넘도록 보지도 못한 당사자의 아버지가 조총련 구성원이라며, 당사자에게 아버지가 보낸 학비와 일상적 서신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하는 금품수수 및 통신라는 점을 자백할 것은 강요했습니다.
결국 고문 수사를 이기지 못한 당사자는 허위로 자백을 했습니다. 당사자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신하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통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고,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서울형사지방법원 1970. 10. 13. 선고 70노2984 판결).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할아버지, 외사촌형, 누나, 매형 등 가족들도 당사자의 범죄를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결국 아버지가 보내온 학비와 일상적 서신 때문에 일가가 범죄자가 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3. 그러나 당사자의 재심청구는 신속히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당사자는 재심사유를 찾기 위해 약 50년 전의 기록을 검찰청에 요구했지만, 검찰청에서 핵심 수사기록에 대해 열람과 등사를 불허가했기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센터에서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위 검찰의 불허가에 대한 준항고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2019. 8. 2. 제기된 준항고를 인용함에 따라 당사자는 비로소 핵심 수사기록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4. 센터에서 구성한 변호인단은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입수한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였고, 당시 수사기관의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기록들을 찾았습니다. 당시 수사관들이 작성한 수사보고, 체포보고 등 문서에서 검거 및 체포 일시가 수차례 바뀌는 사실을 확인했고, 당사자의 지인으로부터 수사관들이 기재한 검거 및 체포 일시가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나아가 당사자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이 적법한 양식으로 발부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수사관들이 당사자를 불법구금하고, 관련 공문서를 조작하여 행사한 것은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감금죄 및 형법 제227조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당사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영장없이 이루어진 압수수색으로 보입니다. 변호인단이 입수한 기록에 따르면 당사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당사자에 대한 체포 일시보다 선행하여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영장에 의해 행해진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수사관들의 영장없는 압수수색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에 해당합니다.
5. 이상과 같이 변호인단은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직권남용죄 등 수사관들의 범죄가 수사기록상 명백히 확인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변호인단은 2020. 9. 14. 당사자가 동대문 경찰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체포된지 약 50년 5개월만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및 제422조의 재심사유를 이유로한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6. 당사자는 50년 전 어린시절 헤어진 아버지가 보내준 학비와 서신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범죄자로 만들 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사자는 복역 후에도 약 50년 간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고, 문제제기 시 더 큰 불이익이 있을 우려로 자신의 한을 속으로 삭히며 살아왔습니다. 센터는 이번 재심청구를 통해 50년 간 지속되어 왔던 당사자의 한이 풀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9월 1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