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성명] 죽어간 자리에서 또다시 죽는 일, 이제는 멈춰야 한다
죽어간 자리에서 또다시 죽는 일,
이제는 멈춰야 한다
–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특수고용 화물노동자 산재사망 –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장 제정하라! –
죽어간 자리에서 또다시 죽는 일, 이제는 멈춰야 한다.
노동자가 떨어진 자리에서 또 떨어지고, 죽어간 자리에서 또다시 죽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9월 10일 오전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와 계약한 특수고용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부두에서 2톤짜리 스크류 5개를 트럭에 옮기다가 깔렸고, 긴급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보며 노동자와 시민들은 기업에 의한 살인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싸웠지만 합의사항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고, 김용균의 동료들은 아직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지금도 계속된다.
사망한 노동자는 스크류기계를 정비하는 태안화력 하청업체와 일일고용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 노동자였다. 스크류기계는 배에 있는 석탄을 들어올려서 옮기는 기계로서 이 기계를 정비하는 일은 태안화력발전소의 업무이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는 이것을 외주업체에게 맡겼고, 외주업체는 또다시 노동자 개인과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이 기계를 옮겼다. 위험하고 무거운 스크류를 옮기고 결박하는 작업에서, 미리 올린 스크류기계를 크레인으로 잡아주는 등의 안전조치까지 노동자 홀로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외주업체와 특수고용계약을 맺은 이 노동자는 홀로 위험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용균이가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하다가 죽었다”면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오히려 안전장치가 제대로 없는 현장에서 시키는 일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마치 그 때처럼 이 노동자가 특수고용이라는 점을 빌미삼아, 하청업체와 태안화력에는 책임을 떠넘기면서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험한 업무를 홀로 하게 만드는 이 기형적인 고용형태가 문제의 원인이다. 우리는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이 죽음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를 촉구한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원청과 하청업체 책임자 14명이 기소되었으나 제대로 처벌받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위험을 계속 방치하고 안전을 무시하며 비정규직 고용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원청사업자 등 책임있는 주체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고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기업을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그 내용을 담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 애쓰는 사이에도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 사람이 죽어간 곳에서 또 죽게 만들지 말라. 기형적인 고용구조와 위험의 외주화로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이들을 그냥 두지 말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장 제정하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년 9월 1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