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아동위][성명] 「아동ㆍ청소년 학대방지대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2020-08-04 102

[성명]

「아동ㆍ청소년 학대방지대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지난 5월 30, 9살 아동이 여행가방속에 감금·학대당한 결과 사망했다한달 전인 5월 5일 어린이날피해 아동은 찢긴 머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지역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진료 후 의료기관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해 아동이 재학대에 노출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그러나 피해아동은 다시 끔직한 학대 피해를 겪고 사망했다(이하 천안사건). 2019년 9월에는 아동학대 피해로 가해자인 부모와 분리되어 시설에서 2년여간 생활하던 아동이 가정복귀 조치된 지 한 달만에 재학대로 사망했다(이하 인천사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아동학대 사실이 공적으로 인지된 상태에서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에 따라 사례개입이 이루어지던 중 재학대가 발생했다는 점이다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이 피해아동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결과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2020. 7. 29. 교육부는 제1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아동ㆍ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이하 학대방지대책’)을 발표했다정부는 첫 번째 주요 대책으로 지역단위의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 및 관계 기관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위기 아동·청소년을 현장에서 조기에 발견하여 조력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하지만 지역 유관기관 협의체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위기아동ㆍ청소년 정보와 시스템 연계통합은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그동안 부처간 정보 연계 및 협력빅테이터를 활용한 아동학대 예방 대책은 수차례 제시되었다기존에 제시되었던 정보연계통합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현황제시와 분석 없이 같은 정책을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충하고 해당 기관의 종사자 처우 개선을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사망 사건이 아동학대대응시스템 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아동학대 사례에 개입하고 있는 공공·민간 종사자가 과연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아동보호 담당 종사자가 인천사건에서는 집에 가고 싶다는 아동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해 집으로 돌려보내 아동이 사망에 이르렀고천안사건에서도 아동학대 조사를 가해자가 있는 집에서 하면서 아동이 집에서 지내고 싶다고 하니 그대로 두어 사망에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천안 사건). 또한 천안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병원 신고를 받고도 아동이 이미 퇴원했고 학대행위자가 학대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환조사만 했을 뿐 아동학대 현장조사로 나아가지 않았으며아동보호기관 종사자는 아동학대 현장 조사를 하긴 했으나 재학대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아동을 재가조치했다아동보호 담당 인력과 조직의 무능함이 겹겹이 쌓여 결국 천안 아동은 재학대 당하고 사망했다.

 

정부는 왜 아동학대대응시스템 하에서 사례개입 중 아동이 목숨을 잃었는지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왜 사례관리에 공백이 발생하는지현장에서 적용되는 위험도 평가척도는 적절한지아동학대대응시스템이 아동보호체계와 분절되어 운영되는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지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의 감수성ㆍ전문성은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우선 답해야 한다급급히 학대방지대책을 내놓기 전에외부현장 전문가와 함께 학대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진단과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이번 학대방지대책에는 조직의 아동학대 감수성 확보전문성 확보사례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다담당 조직과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체질 개선 없이 만연히 조직의 확대나 인건비 증액을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아동학대 대응 대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2021년까지 배치하고 직무교육 등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됨에 따라 2020. 10. 1.부터 지방에 배치 예정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의 신고접수현장출동 및 조사응급조치(보호)업무를 담당하게 된다그에 따라 아동학대 조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사례관리는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나누어 맡아 진행하게 된다하지만 아직까지도 각 지방자치단체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선발하고 있지 않다아직 선발도 안 되었으니 교육이 이루어졌을리 만무하다준비단계로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수행해야할 업무에 대한 지침과 매뉴얼도 없는 실정이다이러한 현실을 가리고 기존에 제시되었던 대책을 다시 나열하고 있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허언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현장에서 어떤 수단을 통해 학대행위자를 조사하고어떤 서비스로 아동을 보호할지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사례관리ㆍ모니터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떠한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연계하고 소통할지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24시간 학대신고접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친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아동학대과도한 훈육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법 징계권 조문을 개정할 것이며 학대 조사를 위해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우선 부모로부터 아동의 분리는 반드시 사법적 심사의 구속을 받는 관계당국이 법률과 절차에 따라 분리가 아동 최상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제9). 법원의 통제 없이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위헌적 인신구속이 될 우려가 있다따라서 즉각 분리제도를 마련하려면 우선 법원의 통제가 전제되어야 하며 기존의 제도들과 법체계상 충돌되는 부분은 없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아가 즉각 분리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천안사건과 인천사건과 같은 사건에서 학대피해아동을 살릴 수 있을까그렇지 않다현행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으로도 응급조치긴급임시조치 등을 통해 아동을 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문제는 아동의 분리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를 현장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담당자의 전문성이 부재하다는 점이다분리된 동안에는 피해아동이나 학대 행위자에 대한 개별 상담이나 교육을 넘어서 해당 가족의 복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과 프로그램이 필수적이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분리 이후 가정복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정복귀가 아동에게 안전한지 진단하고 판단하는 기준과 능력 또한 부재하다이러한 다층적인 부재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즉각적인 분리만을 말하는 것은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유리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분리 후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아동을 가정에 복귀시킴으로서 더욱 위험한 재학대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민법상 징계권 조항 개정으로 아동학대 문제의 진단을 회피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징계권 삭제는 아동에게 가하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어떠한 사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아동인권 보호의 선언에 불과하다징계권 삭제라는 입법적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학대대응시스템의 진단과 국가의 원가정 양육지원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이번 학대방지대책에는 원가정지원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학대행위자학대피해아동에 대한 개별적 상담과 지원이 아니라결국 돌아갈 가정’ 단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원가정의 기능을 회복하고 강화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자원이 필요할지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연구하고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고려한 아동학대 대응책도 제시되어야 한다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대면접촉이 지양되는 가운데모니터링은 멀어지고 아동학대는 더욱 음지로 숨게 된다유엔 또한 코로나-19가 아동의 빈곤생존과 건강교육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고 보고하고 있다(2020. 4. 유엔사무총장 코로나 19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신고접수와 현장조사사례관리에 대한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가정뿐만 아니라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에게 가해지는 학대에 대한 대응책도 고민해야 한다.

 

아동에 대한 모든 폭력은 예방이 가능하다(2006, 아동폭력에 관한 유엔보고서). 그동안 정부는 학대대응시스템을 어떻게 실현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없이끔직한 아동학대 사망이 발생할 때마다 동일한 대책만을 되풀이해왔다이번 학대방지대책에서 제시된 방안 역시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것이다아동학대대응시스템에 대한 조직적 진단 없이 발표하는 대책은 의미가 없다정부는 현재의 학대대응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진단한 후 구체적인 대안과 실행계획을 제시하고예산을 확보해야하며관련부처와 지방정부관련 공공·민간 기관의 실행을 끝까지 추적해서 확인해야한다또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지원 업무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로 이원화되어 있어 차별적·분절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부처 차원의 통합을 추진해야한다한 번의 보도자료 배포로 그치는 학대방지대책선언으로는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이를 구할 수 없다하는 척 시늉은 그만두고 우리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진짜 일을 하기를 촉구한다.

 

2020년 8월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첨부파일

200804_민변아동위_[성명]「아동ㆍ청소년 학대방지대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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