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주택 세입자의 기존 임대차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 도입을 환영한다. 지속적인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심 내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라.
1.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의 도입
2020. 7. 30. 국회에서 주택임대차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가 도입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대한민국에서 1960년대부터 60년간 계속되어온 주택 투기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며, 이제 그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주택임대차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 도입을 환영한다.
2. 주택 세입자의 주거 불안의 현실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지난 60년간 건설경기와 주택 투자자의 투자 소득 및 임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세입자 가정의 주거 안정이 파괴되는 일상을 나 몰라라 하면서 지내 왔다. 이로 인해 주택 세입자들은 2년에 최대 50%씩 전세금이 오르는 전세난과 전세금을 6~8% 전후로 전환해서 계약하는 고비용 월세난에 시달려 왔으며, 임대인이 요구하는 임대료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정처없는 유랑을 해왔다. 예금 금리가 2%대이고, 대출금리가 4%대인 세상에 6~8%의 전월세 전환율은 폭리에 가깝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전월세 전환율이 4%인데, 실제 현실에서 반영되는 월세 전환율은 6~8%인 세상이었다. 전월세 전환율이 계약기간 2년 동안에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 인해 빚을 내 집을 산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부채의 일부를 전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는 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었고, 부르는 값에 부응하지 못하면, 임차인은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시행하였지만, 이 제도는 주택 투기를 위한 마중물 역할만 하였을 뿐, 주거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또한 대한민국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료 협상을 위한 아무런 제도가 없다 보니, 사실상 임대료 협상이 불가능하고 세입자는 일방적으로 임대인이 정한 임대료를 강요당하는 구조였다. 반대로 경제위기 시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아무런 협상의 고리가 없다 보니, 역전세난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노동자들이 과거 노동조합이 없을 때 착취당했던 것처럼, 지난 시절 대한민국의 주거 세입자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고통을 온전히 감내해야 했다.
3.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간 공정한 균형 제도 필요
제한 없는 주택임대료로 고통당하는 세입자들은, 대체로 자산과 소득이 부족한 20~40대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불안하면,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 젊은 세대에 대한 이러한 기형적인 사회구조는 이미 일본의 지난 잃어버린 20년을 통해 공동체가 무너지는 길임을 확인한 바 있다.
어찌할 것인가? 임대소득 폭리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
한쪽에서는 시장원리를 얘기한다. 시장은 언젠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그러나 첨단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의 뉴욕주에서도 주택 임대료를 온전히 시장에게 맡기지 않으며, 주택 임대차 안정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주거 안정을 시장에 맡기기에는 시민들의 일상의 불안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시 임대료 가이드라인 위원회(Rent Guideline Board)는 2019년에 월세 약 300만 원(2,500 USD)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료 인상을 1년 계약 시에는 1.5%로, 2년 계약시에는 2.5%로 제한했다. 독일 베를린시는 2015년 이후 주택 임대료를 지역 평균가의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모든 세입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입주한 지 5년이 지난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동결하고 있다. 그 밖에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의 임대료 규제는 일상화되어 있다.
이는 주거안정의 가치가 시장 원리보다 우선하기 때문이고, 주택임대인과 임차인간 공정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 지속적인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심 내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라.
이번 주택임대차 계약 갱신제도와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신규 임대차 계약시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임대인은 4년간의 임대기간을 전제하여 임대료를 산정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신규 임대차 계약시 임대료 폭등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임대료를 안정시키기를 원한다면,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안주하지 말고 서울시와 수도권의 도심에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라. 현재의 저금리 상황을 활용하여 공공이 장기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임대료를 안정시킬 수 있다. 임차인의 대부분은 주택을 분양받을 만한 소득이나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도심에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주택 임대료 안정에 아무런 기여를 하기 어렵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도심의 주택가격 폭등은 도심 내 토지의 개발이익을 개인이 사유화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지하철, 학군과 병원 및 공원 등 모든 개발이익을 도심 내 토지를 보유한 개인이 사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임대주택은 무주택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으로서 역할을 가진다. 특히 도심 내 장기임대주택에는 시민의 문화시설 등을 복합개발함으로써, 임대주택을 시민의 공유자산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8년 연속 지구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고 있는 비엔나시의 경우에는 시민의 50%가 임대주택(시영주택 + 진흥기금지원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비엔나의 임대주택은 임대료 수준도 소득 분위 70%까지 시장 임대료를 부과하되, 각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 대비 부족한 만큼 주거급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지구촌의 도시 역사상 임대주택을 도심 내 집중 공급하였다고 하여 도시 집중화가 심화된 선례가 없기 때문에, 도심 내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세입자의 주거 안정 및 부동산 자산 불평등 해소라는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5. 결론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해 작동할 뿐, 사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가족 공동체를 파괴하려 할 때,
자본주의를 통제할 수 있는 건, 시민들의 조직된 힘, 이른바 민주주의이다.
일방적으로 주택 임대료를 강요하는 구조에 저항할 수 있어야 세입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폭리를 목적으로 자산과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강요하는 구조를 해결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2020년 7월 31일부터 대한민국에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다. 우리는 이에 멈추지 않고 주거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독일의 법무부 장관 하이코 마스의 명언(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 2014. 9. 23.자)으로 우리의 의지를 대신하고자 한다.
“We are creating a fair balance between the interests of landlords and tenants.
Those who invest money should in the future be able to continue earning money.
But rental properties are more than just a commodity,
they are the homes of people. Maximising profits cannot be the sole objective.”
-the German justice minister, Heiko Maas. (the guardian, 23 September 2014)
“우리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공정한 균형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미래를 위해 돈을 투자하는 임대인은 계속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
임대주택을 이용한 이윤의 극대화가 집에 대한 투자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독일 법무부 장관 하이코 마스(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 2014. 9. 23.자)
2020년 7월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김 태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