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및 (구)삼성물산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검찰의 즉각 기소를 촉구한다.
1.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020. 6. 26.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및 (구)삼성물산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하였다. 그러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법감정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의 이유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의견에 찬성하였다는 사실만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2.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의를 받아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말 검찰 자체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이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1) 수사 계속 여부, 2)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3)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에 대해 심의한다(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3조 제1항). 이러한 심의 효력에 대해 주임검사는 현안위원회의 심의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9조).
3. 반면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2020. 6. 8.(월)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하여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아래와 같이 공표하였다.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 그러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
4. 사법기관인 영장전담 판사는 6. 8. 이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를 거쳐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할 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6. 26. 당일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이와 반대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영장전담 판사가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과연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를 하는 게 타당한지, 본 모임은 그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도 없으며, 납득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영장전담 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5. 법원의 영장전담 판사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의 가장 큰 차이는, 영장전담 판사는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모두 직접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는 반면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는 수사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만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는 30쪽이 넘지 않는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서(용지크기는 A4, 글자크기 12포인트 이상, 줄간격 200, 첨부서류를 포함한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증거기록에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3조 제2항). 다만 이 사건은 사안의 복잡성을 반영하여 의견서 분량을 50쪽까지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는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4조 제2항), 이러한 외부 전문가들이 20만 쪽이 넘는 수사기록을 단 하루 만에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6. 국민들은 다시 묻고 있다. 국민 앞에 당당한 대한민국의 사법절차는 무슨 이유로 삼성의 총수 앞에만 가면 작고, 약해지고, 희미해지는지, 이러한 국가의 사법절차와 시장경제질서가 정상적이고,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거듭하여 묻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수혜자인 점, ②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략회사로서, 그 기업가치 산정은 삼성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문제였던 점, ③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실질적 총수로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점, ④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직원들은 이 사건에 대한 증거 인멸 혐의로 처벌을 받고 있는데 반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이 사건에 대해 재판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들의 합리적인 법감정에 비추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가 단 하루 만에 이 사건의 본질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하였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국정농단 형사재판에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하였고, 이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인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지원을 받으려 했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사건 증거기록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따라 공개된 증거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검찰의 캐비닛에 가두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또 다시 반문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인가?”
7. 본 모임은 이 사건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엄중히 촉구한다. 검찰의 기소를 통해, 법원의 공개된 증거 재판을 통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에 대한 최대한의 지배권을 승계하고자 했던 시도에 대해 범죄가 성립하는지와 그 책임의 정도에 대해서는 법원의 엄정한 형사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고 타당하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길이자, 대한민국의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2020년 6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