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기무사 휴대전화 도청사건, 국회는 헌법불합치 통비법 제대로 개정해야

2019-12-24 93

 

[공동 논평]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 휴대전화 도청사건, 감청통제 필요성 여실히 보여 줘, 국회는 헌법불합치 통비법 제대로 개정해야

 

1. 지난 18일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예비역 중령이 휴대전화 도청장비를 몰래 제조하여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4년 사이 최소 6개월 동안  28만건을 불법 감청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그런데 국회는 이 와중에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을 올바르게 통제할 방안을 모색하기는 커녕, 헌법재판소 결정을 외면한 반쪽짜리 통신비밀보호법을 통과시키려고 서두르고 있다. 국회가 할 일은 이번 도청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국정원의 개입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는 일이다. 또한 반쪽짜리 통비법개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통비법개정에 나서야 한다.

 

2. 기무사 휴대전화 도청 사건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한국 정보기관이 국민을 속여온 도청 역사는 참으로 길고 뻔뻔하다. 2005년에 이동형 CAS와 부착식 R2를 번갈아 운용하며 정치인, 언론인, 정부관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수천 명의 3G 휴대전화를 도청했던 미림팀과 안기부 X파일의 실체가 폭로되었다. 국정원은 이 때 불법도청장비를 자체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하니 국내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 국정원을 위한 감청설비를 구비하도록 의무화해달라 요구하였다. 2015년에는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해킹 소프트웨어를 몰래 수입하여 휴대전화를 해킹한 사실이 발각되었지만 사망한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넘어간 바가 있다. 올초에도 기무사 세월호TF가 2014년 국가기관인 전파관리소의 협조를 받아 일반 국민의 통화 내용을 무작위로 도청한 사실이 발각되었지만 이후로도 정보기관 감청을 통제하려는 제도 개선은 전혀 없었다.

 

3. 특히 2009년에 국정원의 패킷감청 사실이 드러났다. 패킷감청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주거지와 사무실의 모든 인터넷 회선이 감청된다는 사실에 당사자는 물론 국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 고 김형근 교사가 2011년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나 사망하면서 심판이 종료되었고, 2016년 국정원 패킷감청의 또다른 피해자가 두번째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청구인의 경우 주거지와 사무실, 그리고 모바일 와이브로 에그 회선에 대하여 모조리 패킷감청이 이루어졌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까지 개최하면서 고심끝에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핵심 취지는 현행 감청 제도가 법원 등 ‘객관적이고 사후적인 통제수단’을 전혀 규정하지 않아 정보기관 감청 집행 역시 자체적인 판단과 재량에만 맡겨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우 감청에 대하여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감청 집행 후에도 감청자료 원본을 법원에 보고하거나 제출하도록 사후통제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해외 사례까지 상세하게 인용하면서 입법자인 국회에게 2020년 3월 31일까지 감청 제도 개선을 요구하였다.

 

4.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는 통비법의 올바른 개정에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이루어진 3건의 헌법불합치 결정 가운데 정보기관 감청 결정만 쏙 빼놓고 실시간 위치추적과 기지국 수사 결정에 대해서만 개정안을 만들어 지난 3월 국회에 발의하였다. 이 정부안은 수사기관 편의 봐주기로 점철되어 있어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개선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국회 법사위는 정부안 거의 원안 그대로 서둘러 심의를 마치고 본회의에 부의하였다. 20대 국회 내내 쌓인 수많은 다른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안들은 돌아보지조차 않은 것이다. 

 

5. 또한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정보기관의 불법 도청 실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기무사가 세월호TF에서 전파관리소를 동원하여 불법적으로 도청한 데 이어 국가예산으로 휴대전화 도청장비까지 직접 제조하여 운용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국회는 더 숨겨져 있을지 모를 불법 도청의 전체적인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또 기무사의 장비로 휴대전화를 도청하려면 수많은 대상자의 200M까지 접근해야 한다는데 중령 단독으로 장기간에 걸친 도청을 집행하였는지 도청 장비가 정말 7대 뿐인지 의혹도 해소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 정보기관 수장인 국정원이 기무사의 휴대전화 도청에 얼마나 개입하였고 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6.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나 정보기관은 제대로 된 개혁을 거부해 왔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일상의 삶에 과거보다 더 밀착해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 생각하는 바까지 투명하게 드러낸다. 정보기관 감청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이 제대로 남아날 수 있을지 두렵다. 위헌적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선하겠다면서 정보기관·수사기관의 무법적인 통신감시에 대한 통제를 포기한다면 통신감시 국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회는 즉각 기무사 휴대전화 불법도청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반쪽짜리 통비법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감청을 제대로 통제하도록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본회의에 부의된 엉터리 통비법개정안의 졸속 통과에 반대한다. 

 

2019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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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PI20191224_공동논평_기무사휴대전화도청사건통비법개정.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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