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김용균 법이라 부를 수도 없는, 산안법 하위법령 통과를 규탄한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이 예정된 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결국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 통과되었다. 내용을 보면 김용균 법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애초에 이 법은 김용균 노동자와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부족한 내용이 있었고, 이를 대통령의 영역인 대통령령과 부령을 통해서라도 보완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우리 위원회를 포함한 노동법률가단체, 노동계는 하위법령에서 원청책임 강화, 작업중지와 해제의 실질화, 산안법 적용 범위 확대, 산재예방조치 의무자 확대, 대표이사 책임 강화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 위원회는 도급승인대상에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젊은 하청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린 원인이 핵심적인 원인이 ‘도급’에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규직이 하던 수많은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이제는 도급, 업무위탁, 용역계약 등의 이름으로 비정규직이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형식적 계약의 내밀한 모습을 보면 ‘도급’이 아닌, 원청의 지시 없이는 업무 자체가 수행되기 어려운 ‘불법파견’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렇게 불법파견으로 위험업무가 외주화되면서 안전교육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책임도 외주화되었다. 그런데 수많은 비정규직의 근로관계를 일일이 불법파견으로 바로잡는 것이 어렵고, 또 비정규직들의 업무를 과거에는 정규직들이 해왔던 것이니, 전면적 도급금지나 도급승인을 통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요구는 끝내 묵살되고 말았다.
또한,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의 ‘범위’에 관해서도 후퇴했다.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경우, 업무방해죄, 민사소송, 징계 책임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므로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개정 산안법은 종전과 달리 작업중지 명령의 범위를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 축소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았다. 김용균 투쟁에서도 사고가 발생한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인 9호기와 10호기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위험한 1~8호기에 관하여서도 전면 작업 중지명령을 할 것을 주장했다. 김용균의 사망은 재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와 노동자 사이에 ‘방호 울타리’가 없어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이 ‘방호 울타리는 1~10호기에 모두 없으니 모두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고 개선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부는 단지 ’컨베이어 벨트의 종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하위법령에서는 희사가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요구하면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4일 이내에 회의를 열어서 결정하는 것으로 크게 후퇴했다. 작업중지 명령의 취지는 중대재해의 원인을 따져보고 그 원인이 해결되면 작업을 재개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원처리법에 따른 다른 민원과는 달리, 유독 기업의 ’민원‘인 작업중지 해제 명령에 관하여는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한 4일 이내에 해제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산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적용 제외 노동자는 여전히 많다. 학교와 지자체 소속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선임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조항은 행정사무직만 제외하고 전면 적용하던 것에서 현업직 노동자만 적용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통과된 산안법이고, 다른 부분에서 개선점도 분명히 있다. 그러니 이를 김용균 법이라고 부르기에 마땅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의 세 점만 보더라도, ’김용균 법’이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운 내용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1년을 돌고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므로 개정 산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규탄한다.
2019. 12. 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정 병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