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선거연령 하향과 학생인권의 보편적 보장, 유엔도 주목했다.
–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에 대한 5ㆍ6차 최종견해를 살피며
1. 지난 10월 3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는 대한민국에 대한 5ㆍ6차 심의 결과로서 대한민국 아동인권 현주소에 대한 우려와 권고를 정리해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이번 최종견해는 지난 9월 18일과 19일 펼쳐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5ㆍ6차 심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아동인권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1991년 가입해 지금까지 총 4차례의 심의를 거쳤고, 이번 최종견해는 대한민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실태에 대한 4번째 평가와 권고이다.
2. 이번 최종견해에서는 무엇보다 현재 만19세로 규정된 선거연령 및 정당 가입 연령을 낮출 것을 권고한 것에 주목할만하다. 선거연령에 대한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며, 아동의 권한 있는 참여를 강조해 온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비추어보면 마땅한 권고다. 심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중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소극적으로 답변한 정부가 앞으로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위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해야 한다.
3. 또한 위원회는 이주, 지역, 장애, 가족형태, 성적지향, 학업성적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우려하며 차별금지법의 신속한 제정과 이를 위한 대중캠페인의 실시 그리고 학업성적을 이유로 한 차별의 근절을 주문했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과 대중캠페인 실시는 이번 심의 마지막에 르네 윈터(Renate Winter)위원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사회적 합의를 적극 모색해 나가라는 당부와 맞닿아 있다. 이번 권고를 계기로 부디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정부의 변명을 더 이상 듣지 않길 원한다.
4. 의견존중, 표현ㆍ결사ㆍ집회의 자유, 사생활의 권리에 대해서도 다양한 권고가 이어졌다. 위원회는 참여에 학업성적을 조건으로 하는 것을 우려하며, 성적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이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학교가 성적, 징계조치 등 학생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고, 학생의 사전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며, 복장 제한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차와 3ㆍ4차에서도 지적된 아동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아동복지법에 규정하라는 권고와 1차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 및 학교 규정을 개정하라는 권고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그간 국가가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5. 우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국내 모든 환경에서 “간접체벌” 및 “징계적 체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라는 위원회의 권고를 환영한다. 또한 모든 형태의 폭력과 학대를 방지ㆍ근절ㆍ모니터링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 및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폭력과 학대에 대한 인식개선 및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지역격차를 줄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국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금지하라는 것이나, 지역격차를 줄이라는 요청은 결국 학생인권조례에 의존하여 일부 지역에서만 체벌이 금지되는 현실을 바탕으로 내려진 권고다. 인권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 상관없이 동일하게 소중한 것이다. 정부는 아동에 대한 폭력을 교육자치라는 명목으로 시도교육청에 일임하지 말고, 학생인권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대한민국에서는 간접체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이 금지된다고 제네바에서 천명한 대로 조속히 실천하길 바란다. 더불어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체벌을 금지하라는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민법 제915조 징계권의 삭제는 당연한 후속조치임을 밝힌다.
6. 이번 심의 중, ‘대한민국 공교육의 목표가 오직 명문대 입학과 경쟁뿐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아말 알도세리(Amal Salman Aldoseri)위원의 발언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사교육의존을 감소시키고, 선행학습금지의 준수를 감시하며, 이주ㆍ지역ㆍ장애ㆍ난민아동 등과 통합적인 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왜 아동들이 학교를 떠나는지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아동이 남아있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을 주문하고, 모든 아동이 스포츠를 포함한 휴식과 여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시설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위 위원의 언급처럼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과 목적을 전환하지 않고는 학교 안팎에서 위와 같은 아동권리를 실현하는 것은 요원하다. 위 권고들을 이행하기 위해, 그 바탕이 되는 패러다임 전환과 목표 재검토가 시급한 이유다.
7. 위원회는 이외에도 소년사법제도와 관련하여 아동에 대한 다양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소년전문법원의 설치, 형사책임연령 상향, 우범소년 조항 삭제, 구금시 처우의 향상 등을 권고하였고, 스쿨미투에 대해서는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를 예방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에 노출된 아동이 가지는 국제인권법상 권리를 보장받고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8. 이번 최종견해는 구체적인 정책 제언보다는 기본 방향을 재검토하는 것이 많았고, 스쿨미투, 가습기살균제와 기업활동, 수용자 자녀 등 다양한 의제에 관한 기본방향이 논의되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아동, 단체, 활동가들이 문제의 본질에 점점 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3ㆍ4차 심의와 이에 대한 최종견해 이후 8년간 대한민국의 이행 실태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게다가 매번 반복되는 동일한 권고사항을 보면 우리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또 다시 일어나 정부에게 요구한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이끌라. 아동의 사생활을 보장하라.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학생인권법을 제정하라. 어떤 공간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체벌을 금지시켜라.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라. 경쟁을 목표로 하는 공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원칙과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행동을 당장 시작하라.
9. 2024년에 예정된 7차 심의에서는 대한민국의 처참한 아동인권현실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2019년 10월 8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