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이재용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은 내려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촛불을 끌 수 없다.

2019-08-29 61

[논평]

박근혜 이재용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은 내려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촛불을 끌 수 없다.

 

2019. 8. 29. 박근혜 전대통령,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은 전반적으로 박근혜 전대통령 2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피고인들의 국정농단 혐의 상당부분 인정했다는 점, 말3필의 뇌물성과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재용 부회장 2심 판결을 파기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정치권력이 전경련과 같은 이익단체를 이용하여 미르․K스포츠 재단처럼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경우, 이에 합당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2016. 9. 박근혜 전대통령이 전경련을 통해 재벌기업들로부터 돈을 모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급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수수죄가 인정되지 않아 면죄부가 주어졌고, 비위행위를 저지른 전경련 관계자들은 한 사람도 재판을 받지 않았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퇴임 후를 염두에 두고 영남대학교를 인수하였고, 박근혜 전대통령도 퇴임 후를 대비하여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였는데, 이처럼 정치권력이 퇴임 후를 대비하여 권력을 남용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엄정한 권력감시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둘째, 검찰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점이 드러났고, 그만큼 검찰개혁이 절실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직권남용 프레임으로 수사를 개시하였다. 우리 모임은 이 사태의 본질이 국민주권주의를 잠탈하고 경제권력과 유착하여  부정한 이익을 도모한 것이라 보고,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여 수사할 것을 주장하였다. 결국 특검은 뇌물죄를 적용하여 수사를 개시하였고, 그 결과 박근혜 전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을 주고 받았던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에 대한 최종적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졌다. 만약 특검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만 이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였을지 모른다. 검찰에 대한 감시와 개혁이 중단될 수 없는 이유다. 

셋째, 정경유착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또다시 재벌 봐주기식의 솜방망이 처벌로 귀결될까 우려된다. 대법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을 유죄로 판단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였는데, 파기환송심은 2009. 8. 14.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배임액을 227억원으로 산정하고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에 처한 바 있다. 자식들에게 삼성그룹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회사에 227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으면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이다. 향후 진행될 파기환송심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사적 친분을 가진 최서원이 함부로 국정에 개입하도록 하였고, 이들은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사용하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적은 돈으로 삼성그룹 지배력을 얻고자 서슴없이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확정한 대법원 판단으로 국정농단 사태는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추운 겨울 들었던 촛불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단지 박근혜 전대통령의 헌법유린 행위나 이재용 부회장의 정경유착 행위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불공정을 도려내어 특권과 반칙이 없는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자 촛불을 들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적폐가 청산된 것이 아니다. 아직 촛불을 끌 수 없다.

 

2019. 8. 2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자들에 대한 수사 및 공판 대응과 범죄 수익 환수 추진 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