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부결은 전횡을 일삼는 총수 일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자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운동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논 평]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부결은
전횡을 일삼는 총수 일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자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운동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오늘(3/27)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었다. 우리 역사상 재벌·대기업 회장이 주주의 반대로 그 자리에서 물러난 첫 사건이다. 전횡을 일삼는 총수 일가에 대한 주주들의 엄중한 심판이고, 더 이상 재벌총수 일가의 제왕적 군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가 실현된 것이다.
이번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우리 모임과 참여연대는 이례적으로 직접 위임장 대결(Proxy Fight)에 나섰다. 우리 모임 등이 직접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그 대리인으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한 것이다. 많은 소수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었고, 소중한 의결권을 우리 모임에 위임하였다. 주식수가 많든 적든 간에 각 주주는 위임을 통해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였고, 조양호 회장 연임 안건에 분명하게 반대하였다. 그 작은 의지가 모이고 모여 오늘의 결과를 이루었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①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항공의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장비· 기내면세품을 구입하면서 트리온무역 등 명의로 196억원 상당 중개수수료를 수수한 혐의(특경법위반(배임)), ② 업무와 무관한 개인의 형사사건 및 장녀 조현아의 소위 ‘땅콩회항’ 사건에 대해 약 17억원의 변호사 선임료를 회사 자금으로 지급한 혐의(특경법위반(횡령)), ③ 2014년 대한항공 주식을 증여하면서 발생된 증여세 납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자녀 소유의 정석기업㈜(한진그룹의 계열사)에 41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위반(배임)), ④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 회장의 모친, 묘지기 등을 정석기업㈜의 임·직원으로 등재하여 급여로 20억 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위반(배임)), 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각각 70억원 상당의 상속분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위반), ⑥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인하대 병원 앞에서 무면허 약국을 운영한 혐의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0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편취한 혐의(약사법위반, 특경법위반(사기)) 등의 범죄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싸이버스카이’ 등 세 자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에 대한항공의 일감을 몰아주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고, 이명희, 조현아 등 조양호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밀수한 혐의(관세법 위반)도 받고 있다.
상법은 대표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와 회사기회 유용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조양호 회장과 그 일가는 회사를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도구로 활용하였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대한항공이란 회사인데, 조양호 회장 일가는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를 총수일가를 위해 일하는 노예처럼 대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의 노동자나 주주들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분노도 컸으며, 오늘 주주총회 결과를 계기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뿐만이 아니라 삼성과 현대 등 우리나라 재벌·대기업 총수 일가가 세계적 기업이라는 위상에 맞지 않게 소유·경영의 분리라는 회사법의 기본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 채 회사의 재산을 자신의 재산처럼 사용하고, 편법 증여를 하며, 회사의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번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이런 제왕적 총수 경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므로 다른 재벌·대기업들도 이 점을 깊이 새겨 불투명하고 비상식적으로 운영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우리 모임은 앞으로도 재벌·대기업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계의 눈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2019년 3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
190327_논평_대한항공_조양호_회장의_이사_연임_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