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논평] 위험의 외주화로 예견된 참변, 엄격한 조사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논 평]
위험의 외주화로 예견된 참변, 엄격한 조사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1.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가 2018. 12. 11. 새벽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컨베이어벨트를 순찰하는 일을 했던 고인이 2018. 12. 10. 밤 9시 30분경 한국발전기술 과장과 전화통화를 한 뒤, 다음날 3시 20분경 사망한 채로 발견되기까지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다. 혼자 일했기 때문이다.
2. 노동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유해·위험기계로 분류되는 컨베이어에 입사 3개월도 되지 않은 하청노동자가 투입되었다는 사실, 그 노동자가 받은 안전교육은 2주가 전부였다는 사실, 컨베이어벨트 점검은 직접 기계에 몸을 집어넣어 육안으로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매우 위험한 업무라서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나 실제로는 홀로 일했다는 사실, 운송원들은 수시로 낙탄 처리 작업에 투입되어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 노동자들은 안전에 필수적인 랜턴의 추가 지급조차 요청하기 어려웠다는 사실들 말이다.
한편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은 자신의 소유인 태안화력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3년마다 경쟁입찰을 통해 ‘운영권’을 낙찰 받은 민간 하청업체들이 이를 총괄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발전소 운영을 외주화한 결과로, 하청업체들은 입찰을 위해 안전관리비를 포함한 제반 비율을 줄이고, 인력이 부족해져서 하청노동자들은 여러 업무에 동시에 투입되며, 안전교육 기간을 오래 가질 수 없고 안전장비에의 지출도 축소될 것임은 누구라도 예견할 수 있다. 결국 하청노동자의 사망은 발전소의 외주화로부터 예견된 일이다.
3. 우리 사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부추기고 있다. 외주화에 따른 부수적인 이익까지도 원청에게 보장한다. 일례로 95.5%의 하청 노동자로 운영되는 한국서부발전은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보험료를 22억 원 이상 감면받았다. 무재해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업장에서 다치거나 숨진 노동자 모두 하청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부조리한 현재의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해서 안 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엄격한 조사는 물론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4. 고용노동부는 현재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한바, 사고가 발생한 해당 사업장의 잘못을 확인하고 시정해야 함은 기본이다. ▲ 노동자가 왜 구동 모터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지, ▲ 서부발전의 낙탄 처리 지시가 정당한지, ▲ 사고 당시 풀코드(정지스위치)의 설비가 적절했는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또한 ▲ 이번 사건의 석탄 운반설비에 대하여 합격 판정을 한 지난 10월 안전검사가 적정했는지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하청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으려면 고용관계를 개선하고 원청이 직접고용해서 설비운영 책임을 직접 질 때만 가능하다. 그러려면 법률로써 ▲ 유해·위험 작업 상시적 업무의 사내하도급을 전면 금지하고, ▲ 원청의 책임 범위를 확대 및 강화하여야 한다. 2013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이후 유사한 내용의 수많은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처리되지 않았다. 2018. 11. 1.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입법예고 당시와 비교할 때 도급금지 범위가 축소되고 및 산재 사망의 경우에 하한을 정한 처벌 규정이 삭제되는 등 후퇴한 것이지만, 경총 등 사용자 단체는 이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고 개정안의 전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는 이번 참변을 계기로 수년간 미진했던 논의를 진척시켜 조속히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라. 더 이상의 직무유기는 살인방조에 다름 아니다. 우리 위원회는 위험의 외주화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될 때까지 필요한 조력을 다하면서 사태의 해결을 주시할 것이다.
2018년 12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정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