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재심절차 지연 방지를 위한 재심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한다.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하고 필요적 형집행정지를 신속히 도입하라
[성명]
재심절차 지연 방지를 위한 재심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한다.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하고 필요적 형집행정지를 신속히 도입하라
12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형사 재심제도에 대한 의미 있는 권고를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무기수 김모씨가 진정한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따른 재심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법 개정시까지의 검사의 신중한 불복권 행사를, 대법원장에게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재심개시결정시 적극적 형의 집행정지결정을 각 권고하였다.
이는 사법정의와 인권보장 차원에서 매우 시급하고 시의적절한 것인바 우리 모임은 이를 환영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사유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도 재심사유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억울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어렵게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받더라도 현행법은 검사에게 즉시항고와 재항고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검찰이 이를 내세워 관행적으로 항고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검사의 항고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재심 본안재판, 즉 유무죄의 판단을 위한 재판을 시작조차 못한채 재심절차가 기약 없이 지연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9년 32일, 재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3년 182일이 걸릴 정도로 항고의 남용이 재심 지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즉시항고 등의 남용은 재판지연 뿐 아니라 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하여 왔다. 유서대필조작사건은 2009. 9. 15. 서울고등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으나 검사가 재항고를 하였고 2012. 10. 19. 대법원의 재항고기각결정시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본안 재판이 열리지도 못했고 이 기간 강기훈씨가 큰 병을 얻기도 했다. 이른바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도 검사의 무분별한 즉시항고 남용의 대표적 사례이다. 억울하게 유죄를 받아 수형생활을 한 피해자가 법원에 재심청구를 하여 재심개시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진범이 확인되고 그 진범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가 불과 48일 남은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즉시항고를 하였던바, 최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이러한 검사의 행위가 재심을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그간 긴급조치,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등 수많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재심 사건에서도 검찰은 반복적으로 항고를 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재심을 지연시켜 왔다.
따라서 재심절차가 위법한 수사와 재판으로 입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재심절차의 지연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언급하였듯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하여야 한다. 독일은 1964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한 바 있다. 재심개시의 정당성 여부는 본안 재판에서 충분히 다투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유지할 실익도 크지 않다.
나아가 재심개시결정시 청구인이 형의 집행중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집행정지를 하도록 개정하여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형집행정지를 임의적인 절차로 하고 있으나 1996년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필요적 형집행정지였으며, 재심사유가 인정되어 재심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청구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여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8. 12.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