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위][성명] 국가보안법 70년, 평화통일시대를 맞아 반인권적 악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2018-11-30 37

[성명]
국가보안법 70년,
평화통일시대를 맞아 반인권적 악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어느덧 70년에 이르렀다. 사람이라면 칠순을 맞아 경사스러운 일이겠으나, 국가보안법은 그러한 대접을 받을 자격도 가치도 없다.

해방 이래 국민의 지지가 약한 정권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반복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였으며,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을 탄압하고 불안감을 조성하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감소하던 국가보안법 사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증가되었으며, 특히 박근혜 정부는 과거 독재정권처럼 국가보안법을 악용하여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하여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면서 억압하였고, 공안정국을 통하여 정권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려고 하였다.

30여 년 전 반민주적인 정권에 맞서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설립되었던 우리 모임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말살하고 탄압하는 주된 수단으로 기능하는 국가보안법에 당당히 맞서 싸웠고, 이를 폐지하고자 진력해 왔다. 그렇지만 국가보안법이 정권 창출과 유지에만 몰두하는 일부 정치세력에 기생하여 여전히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현실 앞에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 남과 북은 온 겨레의 염원을 모아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위한 중요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올해에만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까지 진행되었다. 북한은 더 이상 남한과 이념·체제 경쟁을 펼치는 상대방이 아니다. 북한을 적대적으로 규정하여서도 안 된다. 북한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하면서 어떻게 남과 북이 함께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것인가.

독재정권시대와 냉전시대에만 유효하였던 국가보안법은 지금과 같은 평화통일시대에 더 이상 그 존재 의미가 없다. 국가보안법은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고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 통일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구시대적인 장벽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이 한반도에 처음 그늘을 드리운 그 해 유엔은 모든 인간의 존엄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하였다. 전 세계가 인류의 기본적 인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신념을 깨닫고 행동에 나섰을 때 이 땅에서는 편향된 사상과 이념에 몰두해 반인권적인 국가보안법을 만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판문점 선언의 시대로서 국가보안법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 등을 말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데 좌와 우의 진영 논리는 끼어들 틈이 없다. 평화통일시대를 맞아 수명을 다한 반인권적 악법을 지금 이 순간 역사에서 지워야 한다.

2018. 11.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위원장 채 희 준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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