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위][성명] 사립유치원 비리, 설립자가 만들고 정부가 키웠다. 사립 유치원 운영 상 공공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라.
[성 명]
사립유치원 비리, 설립자가 만들고 정부가 키웠다.
사립 유치원 운영 상 공공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라.
-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2013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진행한 사립유치원 감사 자료가 공개되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총 1,146개 유치원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되었다. 그 중 1,085개(95%)가 사립 유치원이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재단법인을 전제로 한 사학기관의 재무회계규칙을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 9. 1. 집단 휴업을 예고했을 당시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사유재산에 해당하므로 설립자의 자율적 운영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 휴업은 철회되었지만, 설립자들이 사립유치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났다.
- 그러나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의 원인을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의 감사기준상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논란의 본질을 벗어난다. 이번에 공개된 시∙도교육청의 감사 결과는 회계 편성과 집행상의 부적정성을 사립유치원 비리로 지적하고 있다. 주되게는 ▲회계 관련 증빙서류 미제출, ▲회계 집행 후 세금계산서가 아닌 간이영수증 등 첨부, ▲부적절한 용처에 공금 집행, ▲세입세출예산 예산편성의 부적정 등이 문제되었다. 그 과정에서 ‘거래처’에 선결제를 해 두고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 챙기는 ‘카드깡’에서부터, 자신의 가족을 유치원 근무자로 허위 신고하여 수당을 챙기거나, 자신 또는 지인과 허위의 체험학습 계약을 체결하고 그 학습비를 착복하는 사례까지 드러났다. 세입과 세출의 예산은 적정하게 편성되어야 하며, 목적에 맞게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집행되어야 한다. 이는 예산 편성 및 회계 집행의 주체가 ‘사립학교 재단’인지 ‘개인’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이 아니다.
- 유치원은 사립학교법 제2조, 유아교육법 제2조에 의한 ‘사립학교’에 해당하며 사립학교에는 일정한 범위의 공공성이 요구된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공립학교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일정 제도로 인하여 “사학 설립자 및 재단의 사유재산에 대한 임의적 처분 이용이 제약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 제23조 제1항 후문에 따른 한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1). 따라서 설립자가 개인 재산을 출연하여 유치원을 설립·경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립학교에 해당하는 이상 유치원 운영은 공공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사립유치원에 대하여 일정한 국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사립유치원 운영에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은 무상보육 정책과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취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측면에서는 누리과정 지원, 방과후과정비 지원, 무상급식비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는 교육환경 개선비, 인건비, 교재 교구비 등의 경비가 지원되고 있다.
- 무상 보육 지원은 사립유치원 운영자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유아(또는 그의 보호자)에 대한 지원으로 유치원 설립자의 개인 재산에 포함될 수 없다. 2012년, 정부는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생애 초기의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한 누리과정에 유아교육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3년 동안 보호자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유아학비와 방과후과정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갖는 무상 보육 지원은 유치원 설립자의 개인 재산과 무관하게 운영·집행되어야 한다.
-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원은 유치원 자체에 대한 지원이기는 하나 지원의 목적대로 운영·집행되어야 할 공공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전체 유치원 수 대비 사립유치원 비율이 47% 이상이며2), 지역으로 갈수록 사립유치원의 비율은 높게 나타난다. 반면 번번이 교육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공성에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사립유치원의 교육여건 개선과 학부모 부담 경감, 교원의 처우 개선을 통한 교육력 제고를 목적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교원인건비인 교원처우개선비와 담임수당, 교재∙교구비, 카드수수료 등의 지원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사립유치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각 지원금은 사립유치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공되는 ‘눈 먼 돈’이 아니라,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기관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에 맞는 목적에 따라 편성∙집행되어야 한다.
- 사립유치원의 부적절한 회계 운영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것은, 정부가 예산 지원을 확대해 오면서도 그에 따른 감사와 통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으며 감사 또한 ‘특정감사’로 몇몇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만 실시되었다. 감사 이후의 처리도 안이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비리를 방치하며 늑장대응을 하는 동안, 사기나 횡령 등으로 기소된 유치원 운영자들은 부정하게 사용한 돈이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이고, ‘정산 절차’가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형사처벌을 피했다. 당장의 제도적 미비로 사기나 횡령 등의 형사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교육기관의 부적정한 회계 편성과 집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인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유 재산으로 볼 수 없으며, 유아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하여 투입된 국가 지원금은 반드시 합목적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 사립유치원의 비리와 부실 운영은 생애의 출발점에 선 유아들의 학습권과 발달권을 침해한다. 회계 부정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사립유치원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원아들이다. 질 나쁜 재료로 만든 부실한 급식, 비위생적인 환경, 적정하지 못한 교구와 체험학습장에서 양질의 유아교육을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
- 사립유치원은 유아에 대한 공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 그 운영 과정에서 높은 공공성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마땅하며, 개인 재산으로 설립·운영한다는 이유로 달라질 것은 없다.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로서 공공성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로 회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야한다. 우리 모임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가 즉각적이고 정례적인 전수조사 및 감사에 나서야 하며, 회계관리시스템의 도입 등 사립유치원의 운영에 있어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비위가 적발된 유치원 설립·운영자에게는 강력한 형사적·행정적 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8년 10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소 라 미
1) 헌재 2001. 11. 29.자, 2000헌마278 결정 참조
2) 2017 교육통계연보 학교기본통계 중 유치원 현황-설립별유치원수 참조
전체 9.029개 유치원 중 4,282개 유치원이 사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