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위][논평] 법무부 가짜뉴스 대책, 표현의 자유 후퇴 우려
[논 평]
법무부 가짜뉴스 대책
표현의 자유 후퇴 우려
법무부가 16일 언론 기관이 아닌데도 보도를 가장해 이른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해당 사범을 발생 초기 단계부터 신속·엄정히 수사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로 규정했다. 그리고 현행 정보통신망법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이뤄졌을 경우에 한해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지 않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언론 기관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번 가짜뉴스 대책은 표현의 자유 후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수밖에 없다.
우선 허위조작정보의 범위에 실수에 의한 오보나 근거 있는 의혹 제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지만, 과연 이런 기준으로 사회적 해악이 분명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문제되는 표현 행위에서 실수(과실)-의도 등의 주관적 요소를 평가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며, 근거 유무에 대한 판단을 누가,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큰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망법상 정보 삭제 등 요청권 제도 대상 확대의 경우 이 제도의 중요 내용으로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취할 수 있는 임시조치(정보 삭제 요청에 대해 권리 침해 여부 판단이 어려울 경우 등에 30일 이내 범위에서 해당 정보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 제44조의2 제4항) 제도가 권력자 등에 의해 일반 시민들의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돼 왔기에 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현 정부도 그 제도개선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대적 추세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언론 기관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언론 기관 아닌 행위 주체를 합리적 이유 없이 언론 기관과 차별해 평등권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허위조작정보 유포는 언론 기관에 의해서도 행해질 수 있고 이런 경우의 사회적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므로, 오히려 그 행위 주체가 언론 기관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엄격히 책임을 물음이 합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짜뉴스가 민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의 중대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공권력 집행을 앞세우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그 해결책으로 여김은 옳지 않다. 기본적으로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언론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존 언론개혁과 표현의 자유 신장을 위한 정책 과제들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며, 가짜뉴스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시민사회 중심의 논의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2018년 10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위원장 이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