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과거사청산위][성명] 일제 강점기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한다.

2018-08-14 46

 

[성명] 일제 강점기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한다.

 

2018년 8월 15일, 광복 73주년이다. 광복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침탈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일제의 탄압에 목숨을 잃었다. 국가는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다. 일제의 태평양 전쟁 도발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성노예로 희생되었으며, 수많은 농민·노동자들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강제로 징용되었다.

우리의 선열들은 자신들의 생명, 가족, 이름 석 자, 삶의 터전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도 오로지 국권의 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리고 자주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섰던 우리 선열들의 정신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군부독재와 싸우고 국정농단 세력에 맞섰던 우리 국민들에게로 이어졌다. 국민주권은 독립운동의 산물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을 통하여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고스란히 이어져 오늘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맞선 촛불혁명의 정신이 되었다. 광복의 정신은 곧 국민주권의 정신이며, 민주주의의 정신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광복의 정신을 송두리째 부정한 또 하나의 충격적인 농단을 목도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명예와 피해 회복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할 사법부가, 사법부의 본질을 잊고 70년 동안 계속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재판을 한낱 박근혜 정권과의 흥정 수단으로 삼았다.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행정부의 이러한 ‘흥정 놀음’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완강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2015. 12. 28. 일본 정부로부터 10억 엔을 받는 조건으로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체결하였다. 이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임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농단을 자행하는 부끄러운 역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국가가 정의를 실현해 줄 것이라 믿고 삶의 끝자락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간절히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던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재판에 개입했으며, 사법부와 외교부는 이에 호응하면서 피해자들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았고,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뿐만 아니다. 일본 문부성은 여전히 과거의 한반도 침략 역사를 왜곡·미화하고 있으며, 일본 방위성은 국방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면서 독도 영유권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진하기만 하다. 현 정부는 작금의 사태를 과거 정권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고 모른 체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며, 일본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를 무효화하고 정당한 배상을 위한 재협상을 시작하는 것이야 말로 현 정부가 내세우는 ‘나라다운 나라’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아닌가.

우리 모임은 광복 73주년을 맞이하여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일제 강점기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특히 사법부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재판거래와 관련한 문건의 원본을 모두 공개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 하라. 아울러,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라. 입법부와 행정부는 “특별재판부”의 도입 등 이번 사법농단의 진상규명, 피해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

밖으로는 일제로부터 침략당하고 안으로는 친일파에 농락당하던 우리의 역사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탄스럽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광복 73주년이 되도록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우리 모임은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로서 밖으로는 일본 정부와 당당히 협상에 나서고, 안으로는 매국노들의 척결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2018. 8. 1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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