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촛불개헌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논평]
촛불개헌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모두가 함께 만들었던 촛불시민항쟁은 우리가 사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변화를 만들자고 했던 다짐이었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변화가 법제도 개선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수불가결하게 법의 변화가 요청될 때도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고 국민주권이 온전하게 실현되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30년 묵은 헌법에 대한 개정의 열망도 자연스러운 이치다.
우리는 2017년 초 국회에 개헌특위가 출범하면서 촛불의 열망을 담은 개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기대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2018년 6월 개헌을 약속한 바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난 1년간 국회에서의 개헌논의는 지지부진하였고, 결국 정부가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3월 22일 공개된 대통령 발의의 개헌안은 전면개헌안에 가깝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평가를 일면적으로 할 수는 없다. 위 개헌안에는 사람 중심의 기본권 개헌을 위하여 기본권 주체의 범위를 확대하고, 새로운 기본권을 신설하는 등 바람직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담겨있는 것은 사실이다. 노동권의 확대, 아동과 노인, 장애인의 권리가 담겼고 평등권의 내용도 비교적 풍부해졌다. 사법개혁의 요구에 부응하는 내용들도 적지 않게 개헌안에 포함되어있고, 정치개혁, 감사원 독립, 직접민주제적 요소 확대, 토지공개념 개념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평등 조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을 비롯하여, 사상의 자유·사형제 폐지 등 기본적 인권의 내용이 누락된 점,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선임방식 개선 등 사법의 민주적 통제에 대해서도 다소 미진한 점, 직접민주주의 확대의 핵심인 국민의 헌법발안권 복원도 포함되지 않은 점 등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지울 수 없다.
이제 온전히 공은 국회에게로 넘겨졌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이번 6월에 촛불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역사적 책무가 국회에게 있다. 특히 우리모임은 국회가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담긴 내용이 촛불개헌을 위한 최저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논의에 임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국회 일각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한 채 권력구조에 입각한 정략적 접근으로 일관하거나, 노태우 정권 때도 제기된 토지공개념을 철지난 이념 구도로 치환하려는 입장 등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임은 국회가 이번 개헌이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가 협상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촛불개헌’이라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앞으로 한 달의 시간 동안 우리모임 역시 명실상부한 촛불개헌이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8년 3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