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인권위][논평] 국가배상소송에서의 입증책임완화가 필요하다. – 염전노예 국가배상소송 1심 판결에 대하여
[논평]
국가배상소송에서의 입증책임완화가 필요하다.
– 염전노예 국가배상소송 1심 판결에 대하여
장애인들을 외딴 섬으로 유인해 돈 한 푼 주지 않고 노예처럼 부린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소송 1심 판결이 있었다. 법원은 지난 8일, 국가가 장애인 학대를 방조하거나 막지 못한 책임을 일부 인정해 8명의 피해자 중 1명에 대하여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에서 국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도움을 요청했던 파출소의 경찰관은 탈출을 돕기는커녕 염전 주인을 불러 피해자를 다시 악몽같은 현장으로 돌려보냈고, 섬 곳곳에서 10년에 걸쳐 착취가 이뤄지는 동안 관할 면사무소를 비롯한 지자체는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외딴 섬에서 생활하던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유일한 대상인 경찰이 보호의무를 저버렸다며, 피해자가 느꼈을 당혹감과 좌절감을 고려해 국가가 청구금액인 3천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나머지 피해자 7명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리고 그 밖에 국가가 장애인을 상대로 한 불법 직업소개를 감독하지 못한 점이나, 관할 지자체가 이들에게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부분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법원이 일반적인 손해배상의 입증책임에 따라 이 사건을 판단했기 때무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권익 옹호가 필요한 장애인들로 국가가 가진 자료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워 피해를 입증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에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 및 지자체가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가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는 한 이들이 피해를 입증하기는 불가능하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와 지자체가 사실상 손해배상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우리 모임은 재판부가 이 소송을 다른 손해배상 사건과 동일하게 보고 입증책임을 판단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가배상소송에서 국민과 국가가 가진 정보의 불평등 정도,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자료 제출 노력 등을 고려하여 피해자인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임은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판단하기를 기대하며,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일상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2017년 9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재 왕
20170911_민변소수자위_논평_국가배상소송에서의 입증책임완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