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015년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한일외교장관 합의를 폐기하라.
1.
최근 일본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2015년 한일외교장관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로 요청하였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국민대다수가 정서적으로 2015년 한일외교장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본은 고노 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계승해야 한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요청에서 일본 정부의 다급함이 엿보이나, 2015년 한일외교장관합의는 폐기되어야 한다.
2.
2015년 한일외교장관 합의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그동안 수차의 국장급 협의를 통해서도 진척되지 않던 사안이, 갑자기 그해 12.28.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이 단 한 장의 문서도 남기지 않은 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대한민국은 ‘2015년 합의가 조약도 아니고, 법적 구속력도 없다’고 스스로 주장하기도 하였다.
현란한 수사(修辭)들을 걷어내면 공동발표문의 핵심은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재단에 출연하는 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과 ‘한국 정부가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기시다 외상은 12.28 합의이후 일본 참의원 외교방위원회에 출석하여 일본이 출연하는 10억엔은 배상금도 아니고, 위로금(償ぃ金)도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인도적 사업을 하는 재단에 대한 지원금이라는 것이다.
단돈 10억엔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선언인 것이다.
3.
2015.12.28. 한일외교장관 합의는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과오이다.
가해국 일본의 진정한 사죄도 없고, 위안부 문제에 있어 불법성, 강제성을 담아내지도 못하였다. 일본의 법적책임을 묻지도 못하였다. 배상금도 아닌 인도적 사업에 대한 지원금 10억엔으로 일본의 책임으로 면제해 준 셈이 되었다. 진상규명과 역사교육에 대해서는 한줄 언급도 없다. 무엇보다 2015년 합의에 대해 고령의 생존 피해자의 참여와 동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는 사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은 10억엔 출연을 마쳤다면서 일본 공관 앞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국제예양(國際禮讓) 운운하며 이에 호응하였다.
2015년 한일외교장관 합의 이후,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도발적 언행에 대하여, 한국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4.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2015년 한일외교장관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
가해자가 큰소리 치고, 피해자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반전된 상황,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반(反)역사적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최근 문 대통령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아베 총리에게 명확하게 주지시킨 것이다.
나아가 최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CAT)도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 간 이뤄진 합의를 환영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일본 정부의 2015년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양국외교장관합의를 사실상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정서와 국제사회가 2015년 한일외교장관 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단돈 10억엔에 지난 20여 년간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일본의 진정한 사실인정과 사죄, 그리고 법적 책임 인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5.
잘못은 시정되어야 한다.
국가 간 정식 문서로 남기지도 않은 발표문, 법적 구속력도 없는 장관급 발표문, 더구나 자국민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잘못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공동발표문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트럼프(Trump) 미국 대통령은 한미FTA 협정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군‘위안부’의 문제를 정치 외교적 타협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고, 일본이 진정한 사죄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일본 정부도 국제 인권 규범에 따라 사실인정과 책임 인정, 피해배상 및 후속조치 등을 취함으로써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군‘위안부’ 문제 있어서, 한일 양국이 역사 앞에서 당당해 지는 길일 것이다.
6.
우리 모임은 2015년 한일외교장관합의의 전면 재협상을 넘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가 2015년 한일외교장관합의를 무효․폐기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7년 5월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서 중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