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준 법원판결을 규탄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는 2016. 1. 12.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서비스기사들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내지 불법 파견관계를 주장하며 삼섬전자서비스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들 소를 일부 각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위 원고들이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있음을 매개로 사실상 그와 같은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일 뿐 처음부터 피고 회사가 위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은 아니어서, 협력업체와 맺은 근로관계가 종료하면 피고 회사 사이에 성립한 근로자, 사용자 관계도 종료한다.”면서 협력업체에서 퇴사한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자지위확인 소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소를 각하였다. 또한 법원은 고용의사표시청구를 하는 원고들에 대하여 “협력업체와의 근로계약이 이미 종료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도 (고용의사표시 청구가) 이유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6조 제3항 단서와, 현 파견법 제6조의 2 제2항은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의 고용의제, 고용의무 규정 적용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이 협력업체에 퇴사의사를 밝혔다고 하여 이를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고용의제, 고용의무 규정 적용을 반대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관계에서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원청에 고용의제와 고용의무를 요구한 원고들이 규정적용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고용의제 사건(2010가합112511 등)에서 퇴직자의 경우에도 소의 이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판단을 하였고 퇴직 이후 기간이 경과한 후 소 제기를 하였다는 이유로 회사가 신의칙 주장을 하였으나 이 주장도 배척한 바 있다.
법규정, 종전 판결,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위법하다.
둘째, 법원은 각종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 불법파견의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증거가 있음에도 이에 반하는 사실인정을 하였다.
대표적으로 2014년경까지 원청 직원이 센터장, 상황실장으로 센터를 운영하였고 같은 센터에 원청 정규직 서비스기사들도 있었으며 전체 조회를 정기적으로 주재하였다는 사실, 원청 감사실이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의 부정부실을 감사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직접 서비스기사들과 면담하여 퇴사 처리되었다는 사실, 원청이 고객 응대 불만의 경우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 중 행위귀책자를 직접 선정하여 행위귀책자 교육을 하였다는 사실, 협력업체가 고유 기술을 투입한 적 없다는 사실 등을 누락하였다.
또한 현재 7개 삼성전자서비스 직영센터에서 정규직 서비스직원들이 휴대폰, 노트북 수리 등 협력업체 내근 서비스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고 이는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 서증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 직영서비스기사들은 난수리, PL(Product Liability, 제조물 책임) 등 특수 건만을 처리하였다.”라고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인정을 하였고, 원청이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의 수리건에 대하여 해피콜을 실시하여 그 결과로 CMI(CS Monitoring Index, 고객만족도), MOT(Moment Of Truth) 점수를 입력하고 외근 서비스기사들의 전산시스템(애니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방문시간을 입력하도록 하여 방문적중률을 관리하며 이를 근거로 협력업체와 서비스기사들에게 실적 압박을 하였다는 사실이 문자, 이메일 등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프린터전담 서비스기사와 중수리 반품 전담 서비스기사의 급여를 원청이 정했다는 사실 또한 서증과 증언으로도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협력업체는 자체 기준에 따라 전담 서비스기사들의 급여 및 근로조건 등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사실에 반하는 인정을 하였다.
잘못된 사실인정을 근거로 타당한 판단이 도출되었을 리 만무하다.
셋째, 법원은 불법파견의 근거로 볼 수 있는 원청의 채용관여, 업무교육 및 평가 시행, 원청이 협력업체에 전산시스템을 제공,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기사들에 대한 매월 평가를 토대로 협력업체에게 성과인센티브 지급 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컨소시엄 사업 또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방안의 하나로 합리화하였다.
법원은 실질이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한 행위인지를 면밀히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하도급공정거래협약서’,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 약정’이라는 ‘형식’을 근거로 파견의 표지를 모조리 부인해 버렸다. 도급계약서가 있는지가 파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듯이, 하도급공정거래협약서나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 약정이 있는지가 파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넷째, 법원은 원청의 업무교육 및 평가 시행, 업무매뉴얼 제공, 성수기 인력운영에 관한 협의와 일부 협력업체로부터 인력충원서약서를 제출받은 것 등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균일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또한 합리화하였다. 협력업체가 계약의 내용을 이행할 독자적인 능력이 안 되어서 원청이 직접 서비스기사들에게 교육 및 평가를 하고 업무매뉴얼을 제공해야 하고 인력운영까지 관여하는 관계가 진정한 도급이라면 파견법상 파견관계라는 것이 별도로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인지 의문이다. 이처럼 법원은 도급의 개념을 위법하게 확대해석하였다.
결국, 법원은 불법파견의 인정 근거가 되는 중요사실을 누락하고,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으며, 인용한 몇 가지 사실에는 ‘상생협력방안’이나 ‘서비스 수준 유지’라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주었다.
법원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징표로 보아야 할 여러 사실들을 도급인이 할 수도 있는 것으로 확대해석하여 사실상 파견법이 설 자리를 잃게 하였다. ‘위장도급’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진짜 사용자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에서 법원은 관계의 실질을 파헤치기보다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해석을 하였다.
이에 우리 모임은 이 판결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며, 하급심의 명백한 오류를 상급심이 바로 잡기를 바란다.
2017년 1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