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논평]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폐기하라

2016-12-14 19

[논평]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폐기하라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이 문구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2016년 11월 28일 공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내용이다. 이 교과서의 ‘대한민국의 수립’이라는 항목에서는 ‘1948년 5월 10일 총선거 이후 제헌국회가 구성되고, 제헌헌법이 제정된 이후,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내각이 조직되어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년 8월 15일)’고 설명하고 있다(중학교 역사②, p128, 고등학교 한국사, p250). 즉 이번에 공개된 현장검토본에서는 1948년 8월 15일에 비로소 대한민국이 수립 즉 건국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 수립 즉 건국과 관련한 기술은 그 내면에 반헌법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저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헌법이 그 전문(前文)에서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己未)년 삼일(三․一)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지금도 우리 헌법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 계승하고~’ 라고 규정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1948년 비로소 건국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추대된 이승만의 서신, 정부수립축하기념사, 그리고 관보(1948년 9월 1일자 대한민국 관보 제1호는 ‘대한민국 30년’이라고 연호를 표기하고 있다)에서 삼일운동이 있었던 1919년을 원년으로 하는 ‘대한민국 연호’ 표기와 같이, 해방 전후 세대의 시대감각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이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특히 무장독립운동을 체제에 반항하는 폭도로 규정짓고, 이에 반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체제에 순응한 단순 선량한 자로 포장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1948년 건국의 주역으로 발돋움 하게 하는 역사세탁, 신분세탁의 저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내 현대사에 관하여 저명한 서중석 교수는 교육부의 ‘현장검토본’이 대한민국정부 수립을 혼란스럽게 사용한 점, 이승만 대통령을 부당하게 옹호한 사례, 박정희 대통령을 부당하게 옹호한 사례, 제목․용어․문장구성․어법의 문제, 잘못된 기술이나 표기 등 현대사 분야의 겨우 25쪽 분량에서 찾아낸 오류만 80건이라고 지적하고, 도저히 전문가가 쓴 책이라고 볼 수 없는 불량품이라고 지적하면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에 관한 일은 역사학자가 판단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역사에 관한 것은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 시장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갖가지 오류투성이에다, 심지어는 부친 박정희에 대한 ‘한’풀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2016년 12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서 중 희

첨부파일

민변_과거사위_논평 역사국정교과서 161214.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