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한 금지통고의 위법성을 명백히 확인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 10. 19. 백남기농민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신고한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이하 ‘이 사건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이하 ‘이 사건 금지통고’)의 위법성을 확인하면서,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의 항소를 기각하였다(2016누42465 판결).
2015. 11. 14.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이하 ‘1차 집회’)에서 경찰의 직사 살수에 의하여 故백남기 농민이 외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버리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쌀값 하락에 타들어가는 농심으로 집회에 참가한 한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사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11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폭력의 책임을 묻기 위해 대책위를 구성하고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하기 위하여 집회신고를 하였지만, 경찰은 이 사건 집회가 1차 집회와 연관성이 높고, 1차 집회를 개최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가입된 단체의 대부분인 51개 단체가 원고에 중복 가입되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불법 폭력 시위로 개최될 가능성이 농후하며(제1 처분사유), 심각한 교통 불편의 우려가 있다는 점(제2 처분사유)을 들어 금지통고하였다.
이에 대책위는 이 사건 금지통고에 대해 집행정지신청과 취소소송을 각 제기하였고, 2015. 12. 3.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결정(2015아11800)에 따라 평화롭게 2015. 12. 5. 이 사건 집회를 평화롭게 진행하였다. 그 후 대책위는 소를 취하하였지만 피고가 이에 부동의하였고, 이에 선고된 제1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5구합80512 판결)은 집회가 이미 개최된바 이 사건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면서도, 이 사건 금지통고가 재량권을 일탈하여 위법하였던 점, 피고가 소 취하에 부동의한 점 등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은 피고에게 전부 부담시켜 이 사건 금지통고의 위법성을 사실상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청구 기각을 구하며 항소하였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원심과 달리 제1 처분사유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가입된 단체의 대부분인 51개 단체가 원고에 중복 가입되어 있다는 사정, 1차 집회가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정을 주된 고려 사유로 삼은 것이어서,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는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음을 인정하고 본안 판단으로 나아갔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금지통고의 위법성을 명명백백히 확인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특히 제1 처분사유에 관하여, 1차집회의 주최자를 구성하는 단체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53개 단체이고, 이 사건 집회의 주최자인 원고를 구성하는 단체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118개 단체인 점, 집회의 평화성은 집회과정에서 표출되는 의사표현의 내용이 아니라 표현의 유형과 방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데, 원고 측은 이 사건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수 차례에 걸쳐 밝힌 점, 상대적인 규모는 작으나 이 사건 집회와 유사한 목적을 가졌던 2015. 11. 28.자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점, 민주노총이 1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집회도 주도하는 핵심적인 세력이고 1차 집회에서 폭행, 손괴, 방화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집회에서도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이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정하기 어려운 점,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적인 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어떠한 집회나 시위가 전체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그 집회나 시위 전체를 비평화적 또는 폭력적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처분사유가 부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위와 같은 판단은 헌법상 집회, 시위의 자유의 의미를 충분히 고찰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제한의 대상이 아니라 보장의 대상”인바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집회의 각종 조건을 조율하는 등 원고와 같이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주최자와 경찰권을 행사하는 피고가 서로 협력하여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공공의 안녕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길을 지혜롭게 찾아가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자세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5. 11. 14.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와 민생 현안에 대해 전방위적 문제제기를 하며 시작된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하여 정부와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 참가자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를 강조하며 긴장감을 조성하였고, 경찰은 집회 당일 갑호 비상명령을 발동하고 막대한 경력을 투입하여 강경 진압하였다. 경찰은 물대포 직사살수로 백남기 농민을 의식 불명의 중태에 빠트려 죽음에 이르게 함으로써 집회에 참여하는 국민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심어주었고, 대책위가 국가폭력에 항의하며 평화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였음에도 이 사건 금지 통고를 하였다. 실제 이 사건 집회가 평화적으로 개최된 뒤에도, 경찰은 이 사건 집회가 ‘폭력 성향의 민주노총이 실질적으로 주도한 차명집회’라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며 특정 참여단체를 폭력분자로 낙인찍고 집회 자체를 불온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집회를 통하여 표출된 시민의 열망에 의하여 진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UN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적하였듯 공권력의 과도한 집회 진압으로 우리 사회의 집회의 자유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위 판결을 통하여 헌법상 집회의 자유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하고, 경찰의 합헌적, 협력적 집회 관리를 촉구한 것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찰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제한의 대상이 아니라 보장의 대상인 집회시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2016년 10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